<인터뷰> 오승환-최형우 "아시아시리즈 때보다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더 떨렸다"

2011-12-09 00:39
<인터뷰> 오승환-최형우 "아시아시리즈 때보다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더 떨렸다"

▲오승환(왼쪽), 최형우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이대호가 오릭스에 입단하던 지난 6일 오후 삼성 라이온즈 '끝판왕' 오승환과 '홈런왕' 최형우는 충북 청주의 청주대학교 음악관 대강당에서 1000여 명의 대학생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들의 꿈과 야구선수로서의 열정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 대해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경제는 오승환과 최형우가 참석한 삼성 라이온즈의 모기업인 삼성그룹의 토크 콘서트 '열정樂서'의 현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오승환과 최형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 그들과 30여분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시즌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 아시아시리즈 우승'이란 '우승3관왕'의 일등공신인 그들은 예상외로 영광스런 타이틀에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내년 시즌의 훈련과 기량 향상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에 떨리는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경기를 마친 오승환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아시아시리즈 마지막 경기 때와 비교해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 당시가 더욱 떨렸다

▲안녕하세요. 오승환 선수, 최형우 선수. 이런 자리를 통해 만나니 색다른 기분이 듭니다. 무대에 오르는 것에 떨리지는 않으세요?
- <오승환. 이하 '오'> 지난달 서울대 대강당에서 열정락서 무대에 올라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전보다 편안하게 오를 수 있을 듯 해요. 그래도 떨려요.
- <최형우. 이하 '최'> 사실 많이 떨려요. 주변에서 제게 말 잘 한다 그러는데 이번에는 떨리지 않을 수 없어요.

▲3만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야구장서도 홈런을 치고 일관된 표정을 지으며 공을 던지는 선수들인데 떨린다니요?
- <최> 야구장과는 달라요. 야구장은 익숙하기도 하지만 관중분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을 느끼지 못해요. 거리가 멀어서요. 그런데 가보지는 않았지만 무대는 찾아온 학생 분들과 거리가 매우 가까운 상황이잖아요. 또 그들이 모두 저희를 쳐다봐요. 앞도 못 쳐다볼 것 같아요.

▲얼마 전 아시아시리즈가 삼성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는데 이후로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물어보던 것이 무엇이던가요?
- <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마지막으로 공을 던지다 보니 마지막 공을 던졌을 때와 우승을 이끌었을 때의 심정, 떨리지는 않았냐는 얘기 등 사람들이 흔히 궁금해할 얘기지요.

▲결승전서 마운드에 오를 당시 실제 떨리지는 않았나요?
- <오> 아시아시리즈 때는 정말 평온했어요. 오히려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떨렸어요. '1:0'으로 간신히 이기는 상황에서 2사 1-2루였고, 9회에는 앞 타자들이 플라이로 잡혔지만 그래도 내가 잘못하면 팀이 지니까. 이겨서 다행이었지요.

▲그러면 기억에 남는 경기도?
- <오> 맞아요.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이에요. 아시아시리즈와 기분이 달라요.

▲최형우 선수는 한국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 경기에 출전해 긴장감은 없었나요?
- <최> 별로 없긴 한데 못 쳤을 때에는 긴장감이 생기죠. 그런데 그거 생각하면 다음 타석에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못 쳐도 잘 풀어야 해요. 못 쳤어도 덕아웃서 놀았고 그러면 마음이 더 편해지고 그랬지요. 그러면 다음 타석서 잘 칠 때가 많았고.

▲아픈 이야기 좀 할게요. 삼성이 예선전서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9:0으로 졌어요. 물론 대만에 이기고 결승에 올라 소프트뱅크와 다시 경기를 치러 설욕전을 펼쳤지요. 일본에 패했을 당시 두 분은 어땠나요?
- <오> 일본전은 '9:0'으로 져도 크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대만전서 이겨서 결승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만전은 오히려 겁이 나더군요. 결승을 가지 못할 수도 있기에 그렇더군요.
- <최> 예선전서 '9:0'으로 진 거야 다 지난 일이고 결국 우승했으니까 이제는 편하게 말하죠. 대만서 인터넷을 봤는데 부끄러웠지요. 결승서 일본을 보란듯 이기며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기쁨이 배가된 경우에요.

▲선수들도 예민하게 반응하죠? 혹시 인터넷도 봐요?
- <최> 당연히 다 보지요. 그리고 예민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지요. 선수들끼리 "얘기해서 쪽팔린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요.

▲한국시리즈 MVP 수상 후 받은 메달을 살펴보는 오승환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오승환 "잠시 잘 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겠구나 생각하니 절실함을 느꼈지요"

오승환은 마운드에 선 상황은 물론 어느 때라도 잘 웃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돌부처'란 별명이 붙었다. 한결같은 표정을 짓는 그의 실제 삶과 꿈은 어떨까?

▲오승환 선수는 야구선수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며 살았을까요?
- <오> 야구를 안 해 본다는 생각을 한 적 없어요. 그래서 갑자기 물어보시니까 도대체 생각이 안 나요.

▲오승환 선수도 알겠지만 '돌부처'라고 지칭되는 별명이 있지요. 화면상 떨지 않는데 실제도 떨지 않나요?
- <오> 그다지 떨리지 않아요. 한국시리즈가 그나마 조금 떨렸고, 아시아시리즈는 그런 느낌이 별로 없어요. 오히려 지금이 더 떨려요. 무대에 올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해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지금은 투수로 한국 정상급 선수가 됐습니다. 힘들 때도 있었는지요?
- <오> 제가 두 해 정도 슬럼프에 빠졌어요. 성적도 나오지 않고 아무리 하려고 해도 나아진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너무 안 되던 어느 때 '이러다가 사람들의 기억에 잠시 잘 했던 선수로 남겠구나' 생각하니 절실함을 느꼈지요.

▲오승환 선수는 악력이 세다고 알고 있어요.
- <오> 공을 쥘 때 악력이 중요한 것을 알고 중학교 시절에 코치님께 배웠어요. 악력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속 했지요. 지금 포심패스트볼 던질 때 도움되는 것 같아요.

▲서울대에서 지난달 4일에 무대에 올랐잖아요. 지난번과 비교해 어떤가요?
- <오> 무대도 오신 분의 숫자를 아직 잘 안 봐서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운드가 아닌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 오르는 것이 아직은 떨리네요. 오히려 카메라 앞이면 괜찮겠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있는 무대에 오른 경험이 드물기에 더욱 그렇지요. 그래도 한 번 했으니 전보다는 다소 편할 것 같긴 해요. '쬐끔'...

▲오늘 이대호 선수가 부산서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 입단식을 했지요. 오승환 선수는 해외 진출 생각이 있나요? 
- <오> 저는 아직 삼성 선수고 2년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일단은 최선을 다해 팀의 승리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려고 노력해요.

▲개인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결혼 생각은 어떻게 하세요?
- <오> (주 : 결혼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인 것으로 파악해) 결혼은 당연히 해야지요.

▲언제 어떠한 여성 분과 결혼하고 싶은가를 묻는 거에요.
- <오> 일단 참한 사람이 생겨야죠. 참하고 편한 사람이면 다 되요. 다른 것 안 봐요. 연상-연하는 가리지 않고요.

▲어떤 야구선수가 되고 싶나요?
- <오> 아프지 않고 롱런하는 좋은 선수가 되려 해요.  언제까지 뛸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어요.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뛰는 거지요.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마운드에 오를 수 있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겠고 열심히 훈련해야겠지요.

▲최형우 [사진 = 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최형우 "야구로 인생을 느꼈어요. 사람이 아픔을 당하니 깨달음이 들더군요"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최형우는 한 때 삼성에서 방출을 당했던 선수다. 삼성이 그를 버렸지만 그는 삼성을 다시 찾았고 결국 홈런왕의 영광을 경험했다. 최형우는 생각보다 밝았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가 "최형우 선수는 달변"이라고 언급했던 것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인생에서 아픔과 영광 모두를 경험했던 최형우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 선수일까?

▲오승환 선수에게도 물었던 질문인데 최형우 선수는 야구선수 하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으로서 살았을까요?
- <최> 서울대 법학과 입학이요. 공부를 잘 했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시절까지 공부 참 잘 했죠. (주 : 최형우와 기자는 함께 웃었다. 최형우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야구를 처음 시작했다)

▲정말 공부를 잘 했어요?
- <최> 성적이 잘 나오고 그랬어요. 비록 초등학교 때이긴 하지만요. 야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야구를 하면서 학원에 가고 그랬어요. 야구하면서 성공하기 쉽지 않으니까 부모님께서 권하면서 그랬지요. (주 : 이 때 오승환이 "너한테 처음 듣는다"라고 말했다)

▲'열정樂서'를 담당한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분께 최형우 선수를 물어봤더니 달변이라 하더군요. 곧 무대에서 말할텐데 좀 떨리는 느낌은 없나요?
- <최> 주변에서 저를 달변이라 말하는데 이런 무대 위로 올라가면 저도 어떻게 될까 모르겠어요. 승환이 형은 지난 번에 해본 적이 있는데 저는 처음이라 많이 떨리네요.

▲지금은 '홈런왕'으로 한국의 수준급 슬러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최형우 선수는 삼성에서 방출된 선수잖아요. 왜 굳이 최 선수를 버린 삼성에 다시 왔나요?
- <최> 동기가 많아요. 야구 선수는 원래 다 얽히고 섥히고 하지만 그래도 잘 아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더욱 좋잖아요. 삼성 가서 원래 알던 사람과 하면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결정 기준이었어요. 물론 2군에서 조금 기록이 좋아서 삼성이 저를 잘 본 것도 있고요.

▲혹시 삼성이 싫지는 않았나요?
- <최> 나를 버린 팀이 싫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요. 억하심정 딱 1주일 쯤 가졌어요. 그 뒤로 괜찮더라고요. 마침 군대에 가게 되면서 2년 다녀온 후에 삼성에 다시 복귀했지요.

▲잠시 삼성을 떠났을 무렵 기분이 어땠나요?
- <최> 언론에 나가는 인터뷰라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로 야구하며 인생 다시 느꼈어요. 사람이 아픔을 당하니 깨달음이 생겼지요. 절실함 등이 생겨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됐어요.

▲지금 당시를 생각하면 어때요?
- <최> 그 때 방출됐기에 지금 제가 여기에 있는 거라고 봐요. 저는 저 나름대로 잘 한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지요. 야구를 하는 생각과 자세가 많이 바뀌고 그랬어요.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최형우 선수는 타격 자세가 독특한 것으로도 팬들에게 유명한데 아시지요?
- <최> 공을 제일 빨리 맞게 하려도 많이 연구하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생긴 타격 자세에요.

▲이승엽 선수가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서 내년 한국서 뛰지요. 현재 삼성의 '홈런왕'이자 '4번타자'인 최형우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왠지 느낌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 <최> 당연히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데, 그런 질문을 해 주시니 너무 난감해요. 승엽이 형은 정말 큰 산과 같은 엄청난 존재이죠. 제가 꾸준히 배워야 하고 오히려 조언을 듣고 싶어서 반가운 선배지요. 다만 '팀을 위해서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 없어요. 승엽이 형에 비하면 저는 미미한 존재지만 팀을 위해서 저는 내년시즌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려 해요. 다른 느낌이 들 것 하나도 없는 상황이에요.

▲개인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결혼 생각은 어떻게 하세요?
- <최> 최대한 빨리 하고 싶어요. 선수이다 보니 시즌 중에는 결혼식 하기 조금 어려워요. 그런데 이번 겨울은 이미 대부분 지나갔기에 어렵겠지요. 아마 내년 겨울이나 후년 겨울 정도? (주 : 최형우는 현재 애인이 있다)

▲최형우 선수에게 야구란 무엇인가요?
- <최> 야구는 전부다. 야구는 제게 전부에요. 정말 우연히 시작했지만 이제는 야구 생각 외에는 여자친구 생각만 해요. (웃음) 야구를 하니 돈도 주고 집도 살 수 있게 하고 차도 주고 하네요.

▲어떤 야구선수가 되고 싶나요?
- <최> 잘 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지요. 그런데 방출도 겪었고 최고도 아니고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거에요. 늦게라도 철들어 열심히 해서 성공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열심히 잘 뛴 선수. 더 잘 해야죠. (웃음)

▲12월 6일 오후 삼성그룹의 강연콘서트 '열정樂서' 청주 무대에 오른 오승환과 최형우. 이 무대에서 오승환과 최형우는 평소와는 꽤 다른 구수한 입담과 유쾌한 모습을 한껏 펼쳐보였다. 많은 청중들이 오승환의 말에 폭소하며 즐거워할 정도로 오승환은 일반적인 선입관과 상이한 재미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