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구상고 인맥이 뜬다

2011-12-08 17:00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삼성그룹에서 대구상고(현 상원고)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정연주(62) 삼성물산 부회장의 승진이 계기가 됐다.

상고 출신으로 삼성에서 부회장까지 오른 것은 부산상고를 졸업한 이학수 고문 이후 정 부회장이 두 번째다. 부회장은 비오너 출신 인사가 승진할 수 있는 최고 직급이다.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학연과 지연보다는 실적과 능력을 중시하는 삼성 특유의 기업문화가 반영된 결과다.

맏형격인 정 부회장 외에도 대구상고 출신 임원들은 그룹 곳곳에 포진돼 있다. 기업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재무통이 대부분이다.

강한 성취욕과 친화력이 대구상고 출신들의 장점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의 3년 후배인 지성하(59) 삼성스포츠단 사장이 대표적이다. 공채 19기 최초로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그는 삼성코닝과 제일합섬에서 경리업무를 했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삼성 비서실을 거치면서 기획관리와 감사, 운영팀 등에서 근무했다.

2001년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면서 차세대 경영자로 주목받았다. 지난 2006년 2월 상사부문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전형적인 관리통으로 꼼꼼한 일처리가 지 사장의 장점이다. 추진력과 애사심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오규(59) 삼성BP화학 사장도 대구상고 동문이다. 삼성 화학계열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지 사장과 동년배다. 박 사장은 1977년 삼성석화에 입사, 삼성토탈의 전신인 삼성종합화학과 그룹에서 전략기획·경영지원 업무를 두루 거쳤다.

삼성토탈 부사장을 맡아오다 2009년 화학 계열사에 재무통이 전진 배치되면서 삼성BP화학 사장으로 승진했다. 취임 이후 철저한 재무관리와 경영혁신 활동을 통해 원가경쟁력 제고에 큰 공을 세웠다.

정 부회장과 손발을 맞춘 동문도 있다.

서상노(52) 전무는 정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시절 재무팀장을 담당했다. 지근거리에서 정 부회장을 보좌하며 '삼성엔지니어링 신화'를 일구는 데 일조했다. 서 상무는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4명 가운데 유일하게 사업본부장이 아니었다.

조성래(55) 전무는 정 부회장이 직접 삼성물산으로 불러들인 사례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해외 현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조 전무는 이때 삼성전자 상생협력실에서 일하다가 삼성물산으로 옮겨왔다.

이밖에 김응룡(71) 삼성 라이온즈 고문과 추상한(57) 제일모직 고문도 대구상고 동문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현직 임원 중 상고 출신은 대략 20명으로 추정된다. 다른 그룹에 비해 많은 숫자다"며 "이들의 회계 능력이 성공으로 가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