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탈 도서 1200책 90년만에 '고국품으로'
2011-12-06 18:44
신각수 주일대사 "日 정부 과거사 문제 관련 성의 보였다"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일제 강점기에 약탈된 조선왕실의궤 등 우리 도서 147종 1200책이 일본 왕궁에서 해방돼 귀국했다. 반출 90여년 만이다.
6일 인천공항을 통해 반환된 도서는 △조선왕실의궤 81종 167책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반출도서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6시 50분께 도서가 보관된 궁내청 서고에서 포장된 우리 도서 1200책을 차량에 실어 도쿄 인근 나리타 공항으로 수송했다.
일본 정부는 통관수속을 거친 뒤 이날 오후 나리타 공항에서 도서를 대한항공 두 편에 600책씩 나눠 실어 한국으로 보냈고, 이들 도서는 오후 3시 35분과 4시 35분께 각각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에 실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시점부터 우리 정부(문화재청)가 직접 이 도서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도서가 일본의 손에서 해방되는 것은 조선총독부가 강탈해 1922년 5월 일본으로 옮긴 지 약 90년 만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2년 5월 조선총독부가 이 의궤 중 80종 163책을 일본 궁내청으로 밀반출했고, 나머지 1종 4책은 궁내청이 자체 구입해 지금까지 소장해왔다.
1965년 6월 한국과 일본이 문화재협정을 맺었지만 당시 의궤는 협정 대상에서 제외돼 지금까지 고국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는 고종이 1894년 대한제국 성립 후 아들을 군(君)에서 왕(王)으로 봉하는 의식을 담은 의왕영왕책봉의궤도 포함돼 있다.
또 난중일기(亂中日記)와 한산도야음(閑山島夜吟) 등의 시 5편과 임진왜란 때 임금이 내린 교유문(敎諭文) 등으로 구성된 이순신 장군의 시문집인 이충무공 전서 1총 8책도 포함됐다.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도서 인수인계를 확인하는 구상서를 교환한 뒤 우리 정부가 비로소 이 도서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비로소 지난해 8월 10일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돌려주겠다고 발표한 지 1년 4개월 만에 조선왕실의궤 등 일본 강점기 때 강제 반출된 우리 도서의 반환절차가 종료된 것.
이날 오전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국민감정의 개선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반성의 표시로 일종의 성의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신 대사는 아직 일본에 있는 6만여점의 문화재 반환문제와 관련해서는 "영국과 프랑스 등 외국의 예를 봐도 문화재 반환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무엇보다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