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임원인사 키워드는…신속+소폭
2011-12-04 18:54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올해 인사의 특징은 크게 '신속과 소폭'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각 기업들은 올해 인사 시기를 예년보다 앞당겼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빠른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를 조기에 추스르자는 의미다.
인사 규모도 줄어들었다. 경기불황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실적 저조에 시달리고 있다.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빅2'인 삼성과 현대차그룹도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주,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 임원인사를 각각 단행한다.
◆연말 인사 사라지나
CJ그룹은 지난 10월 17일 내년도 정기임원인사를 했다. 30대 그룹 중에서는 가장 먼저 인사 발표를 끝낸 것. CJ는 지난해에도 두달 가량 앞당겨 인사를 발표했다. CJ 관계자는 "유럽의 금융위기 우려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 여건을 고려했다"며 "내년 경영계획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LG그룹도 지난해보다 2주나 빠르게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LG전자를 필두로 이달 2일까지 전 계열사의 인사를 끝마쳤다. 외부 인력 영입이 거의 없고, 높은 성과를 보인 인재를 중용한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의 행보는 더욱 파격적이다. 지난 4월 74개 본부를 68개로 통·폐합하고 임원 13명을 교체했다. SK텔레콤의 '깜짝 인사'는 이례적이다. 보통 연말에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 임원 인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그룹 최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2년 연속 떨어져 3.5%를, 한국경제 성장률은 3.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위기 재발 대응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영체질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부진…'인사' 칼바람
철강·조선·해운 등 실적이 저조한 기업의 임원들은 표정이 밝지 않다. 승진하는 임원의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총 70명(현대오일뱅크 제외)이 승진했다. 전년보다 약 20% 줄어든 규모다. 시황 악화가 예상되면서 몸집 불리기를 자제한 모습이다.
지난해 14명의 임원이 승진한 동부그룹은 올해 3명만이 직급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진해운은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9명의 임원이 사임했다. 올해 임원 승진은 4명에 그쳤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00대기업 연말, 연초 임원 선발 폭은 1100~12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전년에 비해 200~300명 줄어든 규모다.
◆삼성과 현대차의 선택은
재계의 이목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두 기업이 경기 침체에도 선전했기 때문이다.
큰 폭의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시 인사로 인해 일부 계열사 수장이 교체된 만큼 예년에 비해 인사 폭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진단을 통해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 삼성서울병원, 삼성테크윈 등 일부 계열사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LED 합병이 변수다.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의 대대적인 변화를 염두에 둔 인사를 배제할 수 없다.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들도 태풍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309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올해는 내실다지기에 들어선 만큼 지난해보다 인사 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경영자도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고경영자에 대해선 '럭비공 인사'로 불릴 정도로 수시로 변동이 있었다. 연말~연초에 현 11명의 부회장단 체제가 유지되거나 소폭 승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