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태'로 체크카드 활성화 무산 위기… 금융당국 '곤혹'

2011-11-30 17:02

(아주경제 이재호 차현정 기자)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금융당국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체크카드 활성화를 통해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과 카드대출 남용을 억제하려던 구상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막대한 수혜를 입게 된 현대자동차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카드업계에 기존 1.5% 수준이던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1.0%로 인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영세 가맹점을 위해 수익을 희생하면서 수수료율 인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그렇게 하는 건 안 된다”며 “초기 단계부터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낮게 가져가면 카드사가 체크카드를 판매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카드시장 구조 개선 대책’을 12월 중순 발표할 예정이었다.

리스크가 낮은 체크카드 사용 비중을 높여 신용카드 발급 경쟁을 막고 카드대출을 억제해 가계부채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기업을 비롯한 가맹점들이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면서 정책을 시행하기도 전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주려면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있다.

결국 역마진을 우려한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발급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의 요구대로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주면 일시불 결제시 제공되던 캐시백 수준을 기존 1.5%에서 1% 미만으로 낮추거나 아예 없앨 수밖에 없다”며 “결국 카드본연의 기능인 지불결제 기능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에 제공하던 혜택을 축소하면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들이 가만이 있겠느냐”면서 “결국 체크카드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정책 시행을 앞둔 금융당국이 고객과 가맹점, 카드사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