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재건축정책 놓고 '친서민 vs 반서민' 말싸움

2011-11-25 17:08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재건축 관련 주택정책을 놓고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친서민 정책이다", "반서민 정책이다"며 서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는 서민층에 대한 인식과 주택정책에 대한 기본 방향이 서로 달라 나타나는 엇박자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란 지적이다.

두 기관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25일 오전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건축 관련정책 방향에 이견을 제기하고 나서면서다. 권 장관은 이날 아침 예고없이 과천정부내 국토부 기자실을 들러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시장의 재건축 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시를 살기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이 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서울시가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건축 속도조절론에 대한 해명’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박 시장 당선후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2~4단지, 개포시영 아파트 등 4건의 재건축안이 모두 보류된 것과 관련, 24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속도조절론’에 대해 해명했다.

문 부시장은 “재건축 수익률이 낮아 재건축 시장 자체가 침체돼 스스로 속도조절 하는 상황”이라며 “정책적으로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개포지구 재건축안이 보류된 것은 임대주택이 저층에 위치하는 등 소셜믹스가 제대로 안되고, 녹지와 주민편의시설 확보가 잘 안됐기 때문에 보완차원”이라며 앞으로 재건축도 공공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장관이 문제로 지적한 것은 바로 서울시가 ‘공공성’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이 부분이다.

권 장관은 “주택공급이 충분하지 않은데 녹지율을 많이 확보하고, 경관을 생각해 층수를 제한하면 주택 총량이 부족해져 결국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계층은 서울 밖으로 밀려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관, 녹지만을 강조하는 정책은 이런 점에서 반서민적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권 장관의 발언에 이날 오후 즉각 기자설명회를 갖고 반박했다.

김효수 주택본부장은 "재건축 사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속도조절이 아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 뒤 “박원순 시장의 최우선 과제는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통한 서민주거안정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임대주택 건설․공급과 각종 행정·재정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도 서민주거 안정을 기하기 위해 기반시설 설치비 국고지원 현실화, 임대주택 국고보조금 지원확대를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직접 서울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은 국토부가 내놓은 정책에 서울시가 반발하며 기자설명회를 가진 적은 여러번 있었어도, 국토부 장관이 직접 기자들에게 서울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두 기관의 주택정책은 한 노선을 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분야 한 전문가는 “임대주택을 비롯한 소형주택을 늘리겠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목표는 같은데, 방향이 서로 달라 이러한 마찰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는 현 정부가 중산층을 서민층으로 보고 있는 반면, 박 시장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서민층의 범위를 저소득층으로만 생각하는 인식의 차이 때문”이라며 “정책노선이 서로 달라 현재의 평행선이 좁혀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