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1등’ 강요받은 高3, 母 살해뒤 방치(종합2보)
2011-11-24 23:01
“범행 전날도 골프채·야구배트로 10시간 맞아”<br/>“모의고사 성적 고친 것 들통나면 체벌받을까 겁났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썩을 때까지 방치한 고3 우등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모친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내버려둔 혐의(존속살해 및 사체유기)로 고등학교 3학년 A(18)군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3월13일 오전 11시께 광진구의 다세대주택 자택에서 부엌에 놓인 흉기로 어머니 B(51)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8개월간 시신을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경찰에서 “어머니가 ‘학부모 방문의 날’인 다음날 학교에 오기로 돼 있었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4천등을 한 것을 62등으로 고쳐놓은 게 들통나면 무서운 체벌을 받게 될까 봐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범행 전날에도 B씨는 62등으로 위조한 성적표를 보고서 “더 잘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A군을 엎드려 뻗치게 한 뒤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10시간에 걸쳐 체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평소 A군에게 건전한 직업관이나 꿈을 키워주지 않고 “서울대 법대에 가라면 가라. 모두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전국 1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으며,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어머니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적표를 위조했으며 고등학교 1학년 내신성적은 1∼2등급으로 우수했으나 3학년 때는 6등급 이하로 추락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A군 부모가 5년 전 별거하기 시작하면서 A군이 어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됐지만 평소 교우관계가 원만했고 학교에서도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며, 3학년 때도 학업 문제로 상담을 자주 했을 뿐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특별히 반항하거나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없었던 A군은 “어머니가 계속 꿈에 나왔다”면서 울먹이며 범행을 자백하는 등 죄책감에 크게 시달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시신이 있는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게 해놓은 A군은 이웃과 친지들이 B씨의 행방을 물어오면 “가출했다”고 둘러댔으며, 지난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도 태연히 치렀다.
하지만 이 주택 관리인(45)은 “여름에 항상 베란다를 활짝 열어놓거나 집 안에서 불을 피우고 벽에 칼 같은 쇠붙이를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최근 여자친구까지 자주 들락거려 애가 많이 변했구나 생각했다”며 범행 이후 A군이 보인 이상 행동을 전했다.
A군의 범행은 매월 12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보내오다 1년만에 집에 들른 아버지에 의해 들통났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고 안방 문이 본드로 붙어 있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