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정치가 한국미래 망친다] ① 대화 타협 사라진 국회 ‘정치무용론’
2011-11-22 01:48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지난 2008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실 앞에는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했다.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막기위해 회의실 출입문에 방어막을 설치하자 민주당이 문을 부수려고 이같은 도구를 등장시킨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예산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를 막아서는 야당 의원들이 보좌진들과 뒤엉켜 아수라장을 이뤘고, 그 가운데 주먹이 오가는 폭력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의 예산 집행 시간 부족과 사업 집행 차질 등으로 생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슈퍼에서 상비약을 구입하려면 내년 국회까지 다시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최근 감기약 등 상비약을 일반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도 여야 정쟁과 눈치보기로 인해 이번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여야 간 정쟁과 갈등이 도를 넘는 국회 파행 사태가 이어지면서 국회 본연의 임무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5월 8일부터 시작된 제18대 국회에서 21일 현재까지 발의 된 법안의 수는 1만4077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처리된 의안은 6459건으로 전체의 45%뿐이다. 그나마 처리된 법안 가운데도 중도 폐기되거나 철회된 법안을 제외하고 통과된 의안 수는 2488건에 그쳐 사실상 전체 발의된 법안 중 실제 법으로 적용된 안건은 17.6%에 불과하다.
지난 17대 국회의 77.6%, 16대 국회의 82.2%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치다.
의원 개개인이 법안 발의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 정당 간의 대립과 정쟁이 결국 이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다자구도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4.9%포인트 차이로 우세를 보였다.
최근 안 원장이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나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18대 국회에 들어선 이후 국회는 제대로 된 합의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몸싸움을 벌이는 극한의 대립 상황만 비쳐왔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세종시 갈등, 4대강 예산안 처리 문제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상황 까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는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두고 파행을 거듭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의 계수조정소위가 시작되고 나서야 ‘가까스로’ 합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한미 FTA를 둘러싸고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여야는 각각 “국회가 파행될 경우 여(야)당의 책임”이라며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여야의 충돌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