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중도우파 국민당 압승...유로존 재정위기 후 정권교체된 다섯번째 국가로 기록
2011-11-21 14:51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에서 20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결과, 야당인 국민당(PP)이 당초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엘파이스 신문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리아노 라호이 대표가 이끄는 중도우파의 국민당은 이날 밤 90%의 개표가 진행된 결과 44%의 득표율로 총 350석 중 186석을 확보, 안정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반면 집권 사회당은 29%의 득표율을 기록, 110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로써 국민당은 7년 반 만에 사회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정권이 교체되는 국가로 기록됐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등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 위기가 유로존 한복판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실시된 이날 스페인 총선은 3년 넘게 지속된 경제위기와 21.5%를 넘는 실업률로 인해 집권 여당이 참패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
국민당의 돌로레스 데 코스페달 사무총장은 70% 이상 개표가 이뤄진 후 총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국민당 역사상 가장 많은 의석을 획득한 선거”라고 평가했으며, 사회당의 호세 블랑코 대변인도 TV에 나와 사회당의 패배를 인정했다.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라호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확인한 후 스페인은 경제위기에서 곧장 빠져나오는 기적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지만 유럽에서 다시 존경받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즉각 모든 지방정부와 협의해 재정긴축 등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선으로 구성되는 새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지침대로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공공지출 축소와 강도 높은 경제개혁 등 각종 긴축정책은 물론 21.5%인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을 동시에 펴야 한다.
라호이 대표는 그동안 총선 유세 과정에서 연금과 건강보험, 교육 부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국민당이 집권과 함께 특단의 긴급 경제 조치를 내놓는다 해도 스페인 경제와 사회 분위기가 곧바로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유로존 전체가 결정적인 재정위기 해결책 부재로 인해 함께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마의 7%’를 넘나들고 있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1.3%에서 0.8%로 하향 조정되면서 스페인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재정적자 규모도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가이드라인은 GDP 대비 3%이나 스페인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9.2%였으며 올해도 가이드라인의 두배가 넘는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총선 결과 카탈루냐 지역정당인 CiU가 16석을 획득하면서 원내 제3당이 됐고, 극좌정당인 IU는 11석을 얻었다.
특히 바스크 분리주의 정당인 ‘아마이우르당’이 3%의 득표율로 6석을 확보하면서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아마이우르당은 바스크 좌파 정당 연합체로, 폭력이 아닌 정치적 방법으로 바스크족의 독립을 추구하기 위해 결성된 정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