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가 있으니.." 농협 우유사업 재진출 추진
2011-11-16 09:58
업계 1위 서울우유"자식 밥그릇 뺏는 격"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농협중앙회가 우유사업 진출을 적극 타진하면서 '자식(서울우유) 밥그릇을 뺏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농협 측 회원조합이다. 회원조합은 상부기관인 농협에 출자금을 낼뿐 아니라 2년마다 한 번씩 감사도 받는다.
이런 이유로 농협 측 우유사업 진출은 회원조합 수익사업을 상위기관인 농협에서 뺏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우유사업 진출을 위한 '농협 유가공사업 신규 진출방안 연구용역'을 11일 건국대에 의뢰했다. 연구용역 기한은 최대 6개월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우유사업에 본격 진출할 수 있다.
우유사업 진출은 내년 3월 신용·경제부문 분리를 앞두고 안정적인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부문에서는 현재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을 제외하면 큰 수익원이 없다.
반면 서울우유를 비롯한 기존 업계는 농협 측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우유 측은 "2년마다 농협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입장"이라며 "감사보고서에는 우유 원가를 비롯해 영업이익이나 마진율이 적나라하게 기재돼 농협과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서울우유 측 영업 비밀을 농협이 100% 인지한 상태에서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회원조합 관계
농협은 전국에 수많은 회원조합을 두고 있다. 지역별 단위농협이 여기에 해당된다. 농협은 회원조합으로부터 출자금을 받은 뒤 이를 다시 회원조합 조합원에게 융자나 대출 형태로 지원한다.
서울우유도 초창기에는 농협 회원조합으로 출발했다. 1980년대 들어 축산업협동조합이 만들어진 뒤부터 축협 회원조합이 됐다. 다시 1990년대에 축협이 농협에 귀속되면서 농협 측 품목조합으로 등록됐다.
서울우유는 이런 관계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농협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예산집행을 비롯한 경영전반에 대한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계약관계에 있어서도 상하 관계가 확실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납 물량이다.
농협에는 현재 군납 관련 사업부서가 있다. 서울우유는 국방부와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농협과 계약을 통해 납품한다. 여기서 농협은 중간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유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회원조합 수익사업을 침범한 사례는 사료사업을 비롯해 우유(옛 목우촌), 육가공 공장, 유통 사업단이 있다"고 말했다.
◆목우촌 우유 실패에 대한 이견
농협은 과거에도 우유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바로 목우촌 우유다. 1997년 충남 청양공장에서 사업에 들어갔던 목우촌 우유는 2002년 매일유업에 매각됐다.
당시 실패 요인으로는 일반 유업체인 매일유업이나 남양유업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농협 측 사업 경쟁력이 꼽혔다.
반면 농협 측은 실패 이유로 지나치게 많았던 우유 공급량을 들었다. 일반 유업체가 우유 과다공급에 따라 농가로부터 제한적인 구매를 한 데 비해 농협은 농가수익 보전을 위해 정가에 모두 구매해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회장 vs 단위농협 조합장
농협이 우유사업 진출을 다시 추진하는 배경에는 하나로마트가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전국에서 운영되는 하나로마트(2070개)와 하나로클럽(78개)은 현재 모두 2148개다. 롯데, 신세계를 비롯한 유통 대기업이 전국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1213개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유업계는 농협에서 이런 유통망만 믿고 우유사업 진출을 계획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통만만 믿고 우유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사업 진출과 동시에 농협중앙회 회장과 지역단위농협 조합장 간 불편한 관계가 시작될 것"이라며 "하나로마트나 하나로클럽 유통망만 믿었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농협 회원조합인 동시에 지역 조합장도 수익을 내야하는 입장"이라며 "농협에서 판매하는 우유만 판매대에 진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우유사업 진출 논란은 오는 18일에 있을 농협 회장 선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