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리베이트 심층분석] 리베이트 쌍벌제가 최선의 대안
2011-11-13 14:39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처벌받는 제약사 임직원과 의·약사가 속출하면서 제약사들의 영업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제약사들은 법인카드 이용 자제에 나섰다. 일부 제약사는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현금을 직접 제공하는 영업도 차단하고 있다.
늦은 시각까지 이어지던 접대 방식도 바뀌고 있다. 저녁시간 보다는 점심시간에, 또는 아침에 간단한 식사나 간식을 들고 병원을 방문한다. 설날이나 한가위 명절에 제공하던 선물의 규모도 줄고 있다.
◆ 제약사 영업·경영 형태 변화
제약사의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했던 주된 이유 하나는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한계 때문이다.
동일한 효과를 지닌 복제약이 수십개에 달하는 의약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리베이트 문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쌍벌제 시행 이후 연구개발(R&D) 투자비 증가도 눈에 띈다.
특허를 지닌 신약 개발로 리베이트 제공 없이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9개 주요 제약사의 올 상반기 R&D 투자총액은 210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8.88%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R&D 투자비는 10.41% 늘었다. 이 기간 매출액 대비 R&D비는 0.84%포인트 늘었다.
국내 제약계의 맏형 격인 동아제약은 물론 대웅제약·유한양행·JW중외제약·일동제약·LG생명과학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1%포인트 이상 높였다.
◆ 의료계 리베이트 자정 동참
쌍벌제 시행 이후 의료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 학회가 제약회사의 지원 아래 대규모로 개최했던 봄·가을 학술대회는 규모나 장소에서 모두 달라진 모습이다.
비싼 사용료를 내야 하는 특급호텔이나 대형 컨벤션센터 대신 병원이나 대학 강당으로 장소를 바꾸고, 참가자의 대회 등록비를 올려 경비를 충당하는 학회가 크게 늘고 있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매년 호텔에서 열었던 가을 학술대회를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예년과 달리 해외연자도 초청하지 않았다.
대한신장학회·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은 학술대회 참가자의 등록비를 인상했다.
한국의료윤리학회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만드는 리베이트 윤리지침도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의사의 처방과 의약품 선정, 학회 참석, 제약사 자문 등에 대한 세부적인 윤리 규정이 포함될 윤리지침은 올해 안에 마련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보다 강력한 방안 마련에 나선다.
쌍벌제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리베이트를 완전히 없애기에는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복지부는 리베이트에 대한 업계의 자율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제약업계와 의료계·약계·유통업계가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대협약(MOU)’을 올해 말까지 체결키로 했다.
특히 자정 선언 이후에 리베이트를 하다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한다.
리베이트를 하다 3차례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의 품목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에 대해서는 면허 취소와 함께 이름을 공개하는 퇴출 수단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