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스마트폰 대중화가 가져온 숙제 – 배터리 수명과 네트워크 부하

2011-11-10 09:01
-장진웅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스마트랩 코리아 수석연구원

스마트폰은 이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면서 사람들 삶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크게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인터넷 기사 검색이나 동영상 스트리밍 감상, 그리고 문자나 SNS를 통한 사람들 간의 교류는 더 이상 낯설거나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심지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멀리 떨어진 온라인 친구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느라 눈앞의 실제적인 오프라인 관계에 점점 소홀해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연결할 수 있는 모바일 연결성을 기반으로 사람들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급격한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사용 형태가 다양화되며, 사람들의 삶이 여러 부분에서 점점 더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제가 대두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스마트폰을 보다 오래, 보다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배터리 소모를 줄이면서도 네트워크의 부하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배터리 사용 시간과 네트워크의 부하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추측하기 쉽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파를 사용하는 무선통신 장치이기 때문에 음성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전파신호를 송신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배터리 전원을 사용한다. 휴대폰 광고를 보면 흔히 '연속 통화시간 약 400분, 대기시간 약 500시간'과 같은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연속 통화시간이란 전파신호를 계속 발사하면서 배터리가 전부 소진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시간은 연속 통화시간보다 훨씬 길다. 그 이유는 휴대폰이 통화 중이 아닌 '대기상태'에 있는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전파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만 신호를 송·수신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 '연속 통화시간'에 매우 민감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PC, 태블릿 PC와 같은 휴대용 기기는 한 번 충전해 배터리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제품의 사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연속 통화시간'은 스마트폰의 실제 생활에서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 요소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휴대용 기기의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고성능 배터리는 물론이고 저전력 반도체 칩이나 선택적인 전원 차단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때로는 이것이 제조업체의 핵심 기술특허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전력 절감 기술 중 하나로 '대기상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때 스마트폰은 이동통신 사업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 데이터는 '패킷'이라는 아주 작은 단위의 묶음으로 나누어져서 송신된다. 스마트폰 입장에서는 잠깐 동안이라도 패킷을 송신하지 않을 때라면 대기상태로 진입해 전파신호를 지속적으로 송·수신하지 않는 것이 전력 효율을 향상시켜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이동통신 사업자의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이 이렇게 빈번하게 대기상태로 진입하는 것이 매우 큰 부담이 된다. 이동통신 사업자의 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이 대기상태와 전파신호를 송·수신하는 활성화 상태를 오갈 때마다 그 상태를 관리하기 위한 많은 신호를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수백만대의 휴대폰이 동시에 이런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네트워크에 엄청난 부하를 주게 된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말부터 이 같은 문제는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큰 골칫거리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 장비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에 많은 기술과 노력, 비용을 투자해야만 했다.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도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폰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면서도 네트워크의 부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3G 이동통신망에 적용할 수 있는 'NCFD(Network Controlled Fast Dormancy)'라는 기술이 등장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이 송신할 데이터가 없을 때 완전히 대기상태로 빠져나가지 않으면서도 전파신호를 자주 송·수신할 필요가 없는 '준 대기상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이미 유럽 일부 이동통신 사업자의 네트워크에 적용돼 아주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주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국내 3G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품질이 더욱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