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여야 대치 이어 정부-지자체 줄다리기

2011-11-08 18:40
한나라 ‘강행처리’…야권 ‘결사저지’ 대립각<br/>박원순 시장 정부안 반대…관계부처 반박 성명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앞둔 8일 '강행처리', '결사저지' 등 대립각을 세우면서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 대치 전운이 감돌고 있는 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미 FTA 대책협의체(가칭)’ 구성의사를 밝히는 등 한미 FTA에 대한 정면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정부는 이날 오후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울시의 한미 FTA 관련 의견서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앙정부대 지방자치단체가 논쟁하고 있는 동안 여야도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비중안 처리 놓고 대치하는 여야

한미 FTA 비준안을 10일 본회의에 올려 처리하려면 정부·여당은 적어도 10일 안에 이 안을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통과해야 하는 상황.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많아 본회의에 올라가면 자연스레 처리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이날 본회의 상정을 하려는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KBS 라디오로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민주당은 총선용, 말하자면 한나라당에 단독 처리의 명분을 줘서 몸으로 막는 탄핵과 같은 양태로 FTA를 접근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나라당은 야권의 반대 의견이 강하고 여론몰이에 성공하자 민노당이 점거 중인 외통위 전체회의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상임위를 열어서라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미 FTA 정부안에 반대하고 나서자 반대 운동이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반대 논리로 들고 나온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여론전에서 승산이 있자 이를 경제·사법 주권과 묶어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서울시장 정치개입 도(度)넘어

여야의 불꽃튀는 줄다리기에 맞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지자체는 ISD 소송대상이 아니다'라며 △자동차 세율 인하 등에 대한 세수 감소분을 주행세로 보전해주기로 이미 각 지자체와 합의한 점 △상생법과 유통법이 한유럽연합(EU) 발효 이후에도 유효한 점 등을 제시하면서 서울시 의견을 반박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에 따른 소송 남발 △공공정책 보호장치 미흡 △지방정부 제소 △자동차세율 인하 등에 따른 지방세 260억원 감소 보존대책 전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상생법)·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무효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박 시장의 행보를 놓고 시정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 시장이 한미 FTA에 대한 의견서 제출과 협의체 구성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의식, 반대입장 표명과 협의체 구성을 시정과 관련된 분야로 한정시키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국론이 양분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장이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한미 FTA에 입장 표명을 한 이상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