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지분매각 임박… 하나금융·론스타 손익계산 분주

2011-11-08 16:09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매각명령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해당사자인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손익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금융위의 조건없는 매각명령이 유력한 가운데 징벌적 매각을 주장해온 외환은행 노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론스타 “매각명령 이행기간 늘려달라”

론스타 펀드(KEB-LSF 홀딩스)가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명령이 임박한 가운데 “명령 이행기간을 최대한 길게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 의견서에는 구체적인 명령이행 기간으로 법정 한도인 6개월이 부과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금융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 본사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매각명령에 대한 의견서를 받았다”며 “곧 임시회의를 열어 매각명령을 내리겠지만 당장 오늘은 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충족명령 등의 절차를 거친 뒤에 지난달 31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상실을 공식 확인, 은행법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 51.09% 가운데 10%를 초과한 41.09%에 대해 매각명령을 내리겠다고 론스타에 사전 통지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판단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론스타가 유죄판결을 받은 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매각명령의 경우 법률적 쟁점이 있는 만큼 금융위가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론스타에 대한 금융위의 매각명령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금융권의 관심은 론스타가 요청한 명령이행기간과 구체적인 지분 매각방식에 모아지고 있다.

지분 매각방식의 경우 구체적인 방식까지 정하기엔 현행법상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조건 없는 매각명령‘만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마지막 쟁점은 금융위의 명령이행기간 요청 수용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매각명령 이행기간 길면 론스타 유리

론스타가 매각명령의 이행기간을 최대한 늘려잡으려는 것은 외환은행 매각을 앞두고 하나금융지주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특히 론스타의 경우 주가조작 관련 유죄판결에 대한 재상고를 포기하는 등 외환은행 매각을 유효화하기 위해 영리한 행보를 보여왔다. 때문에 이번 6개월 이행기간 요구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론스타의 경우 금융위가 매각명령을 내리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 매매가격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매각명령 이행기간이 길어지면 이달 말 하나금융과의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이 종료되더라도 계약을 연장하면서 다른 매수자를 찾는 등의 방식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거꾸로 외환은행 인수가 이미 장기화된만큼 하나금융으로서는 명령의 이행기간이 짧을수록 경영권 프리미엄과 매매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때문에 양측의 외환은행 매각협상은 금융위의 매각명령 이행기간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한 외환銀 노조도 관건

매각명령에 징벌적 성격을 넣어 하나금융의 인수를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일부 정치권과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인수에 또다른 걸림돌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의 신속한 행보로 외환은행 매각이 가시화되자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이날 외환은행 노조는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45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임시조합원총회’을 열었다.

사실상 일일파업의 성격인 이 자리에서 노조는 금융당국의 징벌적 매각명령이 내려지면 론스타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고, 이후 국민주 배분 및 전략적 투자자 유치 등의 방법으로 재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은“국내 저명한 법학자들까지 경영권이 박탈된 론스타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줘서는 안 된다는 법률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며 징벌적 매각을 강력히 주장했다.

때문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이들 강경 노조를 달래는 데 적지 않은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