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구하러…" 러·中 첫 출장길 나선 라가르드 IMF 총재
2011-11-07 19:35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자금이 고갈된 국제통화기금(IMF)이 러시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과 일본 등 비유로존의 부국들에 대해 '깡통 돌리기(구걸)'에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IMF 총재가 취임후 처음으로 유로존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러시아·중국 등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것. 라가르드 총재는 자금 여력이 높은 중국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경계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불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비롯해 재무장관, 중앙은행장 등을 만나 유로존의 위기 타개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모스코바에 이틀동안 머문 후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라가르드 총재가 유럽 공공부채 위기 문제를 비롯해 세계 금융 시스템 개혁에 관한 추가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재무장관들은 러시아가 책임감을 가지고 유럽 구제계획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세계의 세번째로 외환보유액과 금을 보유한 나라로써 러시아의 예상 투자금액인 100억달러는 적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IMF를 통해 여러 국가가 자금을 분담하는 특별 용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여건상 유럽에 직접적인 지원과 많은 액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비상시에 대비해 쌓아놓은 정부 특별계정 자금 가운데 상당액을 이미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소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유로존 구제금융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는 1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1000억 달러까지 지원할 여럭과 용의가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 보다 중국 베이징과의 협상에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들은 부자 나라들을 지원하는 댓가로 IMF의 지분 가운데 신흥국 몫을 늘리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유럽 구제기금을 지원하는 대신 EU로부터 시장국 지위도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구권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의 입김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EU가 중국의 자금지원을 받으면 혹독한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재정지원을 빌미로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과 인권 침해 상황 등에 대한 비판을 묵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 지적재산권의 침해, 원자재의 불법적 수출금지 등 중국의 약탈적 무역정책에 대해 유럽이 더이상 비판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EU가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를 확보할 수 있어 굳이 중국에 손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