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신·성화대학 퇴출..부실대학 다음은 어디?
2011-11-07 14:16
2년 연속 대출제한 7곳 등이 1순위 될 듯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정부가 7월 본격적인 대학 구조개혁에 나선 이후 4개월 만에 명신대와 성화대학이 ‘퇴출 1호’대학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대학 경쟁력 향상과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어서 부실 대학들의 ‘살아남기’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부실대학 선정부터 퇴출까지
교과부장관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7월 출범한 이후 첫 퇴출 사례가 된 명신대와 성화대학은 교과부의 종합감사 결과에서 심각한 부정·비리가 다수 적발됐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에 9월 6일 시정 요구를 하고 9∼10월 2차례에 걸친 학교 폐쇄 경고(계고) 조치를 했지만 두 대학은 대다수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결국 퇴출로 내몰리게 됐다.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학교에 대해 학교 폐쇄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고등교육법 제62조, 폐쇄할 수 있도록 한 이 법 제72조가 근거 법조항이다.
명신대는 올해 4월 종합감사에서 수익용 기본재산과 관련한 허위자료 제출 및 임의 사용, 수업일수 미달학생에 대한 성적 부여, 설립자의 교비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학교 측은 17건의 교과부 요구사항 중 5건만 이행했다. 성화대학도 마찬가지였다. 6∼7월 특별감사 결과 부정·비리가 20건 적발돼 시정 요구와 2차례 폐쇄 계고 처분이 내려졌지만 학교 측은 불과 1건만 이행했다.
과거 대학 폐쇄 사례는 광주예술대(2000년 9월), 경북 경산의 아시아대(2008년 2월) 등 두 차례가 있었다. 이들 대학은 학교 설립 과정의 비리가 드러나 폐쇄됐다. 명신대, 성화대학 사례는 설립 과정의 비리를 포함해 학사운영 전반의 부실·비리로 인해 폐쇄가 이뤄진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남은 절차는…12월 중순 폐쇄 명령
교과부는 두 대학에 대해 학교폐쇄 명령 예고 → 청문(11∼12월 초순) → 학교폐쇄 명령(12월 중순) 및 2012학년도 정시 학생모집 정지 → 법인 해산 검토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명신대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 신명학원은 목포 성신고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법인의 해산 여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법인 임원취임승인 취소는 학교폐쇄 명령 이후 내린다.
기존 학생들의 학습권을 철저히 보호한다. 재적생(537명)은 인근 대학의 동일 또는 유사 학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되 학교 측의 학생 모집은 불허할 계획이다. 명신대 재적생은 경찰학과 등 7개 학과 537명이며 인근 대학은 전남·광주 지역에 동신대 등 7개교가 있다.
다음달 중순 학교폐쇄 명령과 동시에 2012학년도 정시 학생 모집은 중지된다. 이미 합격한 2012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30명)는 타 대학의 정시모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할 계획이다.
성화대학을 운영하는 세림학원의 경우 성화대학만을 설치ㆍ운영해 학교를 폐쇄하면 학교 경영이라는 법인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학교폐쇄 명령과 동시에 법인해산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재적생(2762명)에 대해 인근 전문대학의 동일 또는 유사학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한편 새로운 학생 모집은 불허할 계획이다. 성화대학 재적생은 항공정비과 등 31개과 2천762명이며 인근 전문대는 전남·광주의 동아인재대학 등 14개교다.
명신대의 경우 교과부 방침에 반발해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성화대도 계고 당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명신대는 지난달 초 임원취임 승인 취소 및 학교폐쇄 계고처분 취소 소송을 내면서 “충실한 학사운영을 하고 있고 정당한 시정요구 사항은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신대는 재판 결과가 날 때까지 임시로 처분을 중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이 신청은 지난달 26일 취하해 본안 소송만 남았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이의신청을 받아 소명 기회를 줬고 정해진 절차를 준수했으며 충분한 실태조사도 거쳤다”고 강조했다.
통상 행정소송에서는 관계기관이 행정처분을 내리게 된 사유ㆍ요건이 존재하는지, 처분 과정에서 적법한 수단과 절차를 밟았고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한 사실은 없는지 등이 쟁점이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은 교과부 처분의 목적이 정당한지, 수단이 적합했는지를 따지게 된다. 또 학교폐쇄로 얻을 공익과 학교법인ㆍ학생들이 입을 피해를 비교해 어느 이익이 더 큰지,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권리 침해는 없는지 등도 살피게 된다.
교과부는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법 절차를 밟았으며 학생의 학습권은 최대한 보장하는 만큼 행정소송 결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학교 측은 처분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소송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다음은 어디’ 대학가 긴장
대학가의 관심은 다음 퇴출 대상이 어느 대학이 될 것인지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과 학사운영의 충실성 등을 대학 평가의 주된 요소로 삼고 있는 만큼 교과부가 지난 9월 발표한 학자금 대출제한(17개) 및 재정지원 신청 제한(43개) 대학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명신대와 성화대학도 부실 정도가 심해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17개 대학 중 최소대출 그룹에 포함됐었다.
2년 연속 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7개 대학(4년제대 3개, 전문대학 4개)을 비롯한 대출제한 대학이 구조조정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퇴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재정투자 확충, 입학정원 감축, 교수 충원, 충실한 학사운영 등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구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