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락하는 리닝, 브랜드 정체성 위기

2011-11-04 10:39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스폰업체로 나서면서 대대적인 위용을 떨쳤던 중국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 리닝(李寧)이 최근 최대 고비를 맞았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은 지난 1년 새 고위급 간부 5명이 잇따라 회사를 나가고 순익은 반토막 나고 판매량은 급감하는 등 리닝이 대대적인 브랜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홍보 총괄책임자 장샤오옌(張小岩), 최고구매전문가(CPO) 쉬마오춘(徐懋淳)이 회사를 떠났다. 앞선 지난 5월에는 최고브랜드관리자(CBO), 최고운영책임자(COO), 이태리 로또 브랜드 사업부 총괄책임자가 잇따라 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 ‘가정적’ 이유를 들어 회사를 그만뒀지만 업계에서는 리닝의 불확실한 미래가 바로 이들이 회사를 그만 둔 이유로 짐작하고 있다.

실제로 리닝은 올해 들어 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급감했고 주가 역시 반토막이 났다. 리닝을 창업한 중국 체조영웅 리닝은 올해 부호 순위 리스트에서 지난 해 64위에서 291위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JP모건은 리닝이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13% 줄고 순익은 60% 급감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는 잘나가던 리닝이 최근 추락하고 있는 이유로 브랜드 정체성 위기를 꼽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애국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는' 리닝이 산자이(山寨·짝퉁)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대 문제다”라고 분석했다.

FT는 “리닝은 실제로 아디다스와의 경쟁을 잘 해냈다”며 “그러나 리닝은 ‘모방’에 의존하고 있다. 리닝은 좀 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베끼기'는 이제 그만두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리닝은 최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경쟁함과 동시에 중국 내 중저가 스포츠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리닝은 실제로 고가와 중저가 이미지에서 제대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지 못했다.

여기다가 리닝은 ‘90허우(90後 1990년대 이후 출생)’리닝이라는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며 제품에 지나치게 과도한 개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중국 내 1970~1980년대생 소비자들이 리닝 고객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