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사진 = SBS CNBC 제공]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공은 사장단의 몫으로 너머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야구회관(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9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가운데 실행위원회를 열고 이른바 '박찬호 특별법'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논의했다. 이날 '박찬호 특별법'은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박찬호 영입을 추진 중인 한화가 건의 형식으로 제안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노재덕 한화 단장은 박찬호가 조건 없이 내년부터 한국 무대에서 뛰도록 허락해달라고 8개 구단 단장들에게 요청했다.

지난 2007년 해외 진출선수 특별지명 시점에 한화 구단만 얻지 못했던 특별지명권을 이번에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박찬호 특별법'을 주장한 것이다. 만약 이것이 성립될 경우 한화는 박찬호 영입 반대급부로 논의되는 2012년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포기 등 큰 출혈이 없어도 않아도 된다.

이같은 한화의 주장에 대해 나머지 8개 구단 단장 대부분이 '박찬호가 내년 시즌부터 국내에서 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큰 맥락에 대해서는 탈없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99년 1월 이전에 해외로 진출한 선수는 연고 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당해 신인 드래프트 2주일 전까지 KBO에 입단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선수를 데려오는 구단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현 KBO 규약에 비해 진일보 한 것이다.

현 KBO 규약을 따르면 박찬호는 2013년에 출전 가능하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중이던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거로 뛰었다. 따라서 박찬호는 현 KBO 규약대로라면 내년 8월로 예정된 2013년도 신인드래프트에 참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박찬호는 2012년을 쉬어야만 한다.

더군다나 한화가 박찬호의 우선지명권을 행사할 경우 한화는 신인드래프트의 1라운드 지명권을 써야만 된다. 일부 야구 전문가들의 발언처럼 "이제 39살로 '얼마 못 쓸 노장 선수' 영입에 팀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다. 물론 박찬호와 한화는 서로를 원한다.

하지만 '박찬호 특별법'이 제정되면 박찬호는 2012년 당장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에 오를 길이 열리고, 한화도 신인드래프트에서 손해를 보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에 대해 실행위원회에 참석한 한 단장은 "박찬호를 국내에서 뛰게 할 것이냐, 한화가 반대급부를 치르는 등 큰 출혈 없이 데려갈 것이냐, 이 두 가지에 대해 논의했다"며 "국내 복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찬호가 내년 시즌 국내에서 뛰는 것은 수월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한화가 요구하는 '한화가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박찬호를 영입'하는 안과 일부 구단이 요구하는 '한화가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희생을 보여야 한다'는 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오는 8일 열리는 9개 구단 사장단 간담회서 세부 논의를 거치고 차기 이사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로 예정된 KBO 이사회에서는 '한화 구단이 제기하는 조건없는 박찬호 특별법 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9개 구단 사장단이 참가하는 이 이사회는 KBO의 의사결정 기능을 한다. 다만 여론의 추이를 고려할 경우 사장단이 이사회에서 '박찬호의 한국복귀'라는 대의를 뒤집으면서까지 '박찬호 특별법'을 반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의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전 프로야구 은퇴선수 모임인 일구회도 박찬호가 국내에서 뛰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하고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일구회는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활약하면서 국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줬고, 한국야구 발전에 이바지했다"면서 "KBO는 '특별법'을 제정해 박찬호가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선처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