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세 도입 분위기 무르익나...미국 민주 하킨 의원등 금융거래세 도입 제안
2011-11-02 14:05
미국이 금융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s Tax) 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와 세수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방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톰 하킨 아이오와주 민주당 상원의원과 피터 디파지오 오리건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상·하원 합동 본회의에서 금융거래세 도입 법안을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을 제안한 두 의원은 논의중인 유럽연합(EU)의 0.1% 보다 낮은 0.03%의 금융거래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킨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면 금융거래세 도입은 상당히 유효한 방안이 될 것”이라며“특히 재정 건전화를 위한 세수 증대의 획기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미국의 금융거래세 법안 제출이 전세계적인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거래세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후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무분별한 거래를 막고 또 세수를 확보해 필요한 부문에 투입할 공적자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제안자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의 이름을 따 ‘토빈세’ 또는 ‘로빈후드세’라고도 부르지만 이 법이 글로벌 자금 이동을 제한하고 금융거래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금융거래세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볼프강 슈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G20 정상들이 모두 토빈세 도입에 합의를 보지 못하더라도 유럽연합(EU) 단독으로라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모든 나라에서 한꺼번에 도입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반면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도 "신속히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면 투기 자본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면서 찬성입장을 견지해 왔다.
유럽연합(EU)에서는 빠르면 오는 2014년부터 금융거래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투기성 자본 거래를 막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공식적으로 이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약 570억 유로의 추가 세수가 매년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파이낸셜타임즈(FT) 기고를 통해 “미국 월가와 영국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금융권의 부도덕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며 “금융거래세는 도덕성을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된 미국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어떠한 세금이라도 추가로 늘리는 것을 반대해 왔고, 오바마 대통령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월가과 크게 부딪힐 이번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먼저 시작되거나 아니면 전 세계적인 합의가 사전에 있어야 미국에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현지 언론들은 민주당이 금융거래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의회 통과 확률이 50%도 안된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미국)= 송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