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리스크에 의연해진 수출기업들
2011-10-30 19:22
대기업 해외비중 높이고 中企 침착 대응
(아주경제 윤태구ㆍ김형욱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예방접종’을 마친 국내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 하는 이른바 ‘환율 리스크’ 의연해졌다.
수출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3개월 새 1049원(8월1일)에서 1193원(9월22일)으로 급등하다 다시 1104원(28일)으로 돌아서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하루하루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한 기업 재무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1년새 900원에서 1575원에 달하는 환율 변동을 경험한 바 있다”며 “현재와 같은 변동폭은 충분히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생산-판매 비중 높인 대기업= 증권가는 통상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0억원 증가, 포스코는 1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도 각각 800억원, 5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하고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은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손실을 입는 것으로 집계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이 같은 ‘환율 손익계산서’는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 해외 생산-판매 및 현지 통화 결재 등 환차손에 따른 대비를 꾸준히 지속해 온 결과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2008년 이후 중국, 러시아, 인도, 미국, 브라질 등지에 186만대 수준의 공장 신ㆍ증설을 마쳤거나 내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생산대수(350만대)의 절반 수준으로 대부분 주요 시장에서 현지 생산-판매가 국내수출 판매를 넘어선 상태다. 그만큼 환율에 따른 손익이 희석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각국의 시장 상황이 더 중요하다”며 “미국 더블딥이나 유럽 금융위기에 따른 자동차 시장의 변동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휴대폰ㆍ가전업계도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이 타격인 건 사실이지만, 역시 해외 생산비중 증가로 그 영향은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한 수익성 향상과 중저가 보급형 라인업 보강을 통한 매출 성장의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쓰며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어 (환율 등락에 따른) 문제는 적은 편”이라고 했다.
◇‘KIKO 예방접종’ 中企 침착 대응= 이는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환헤지 상품인 ‘KIKO(키코)’에 가입했던 기업들이 연쇄 도산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보다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시장에 자동차용 화학 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매출 200억원대 중소업체 A의 한 임원은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1000~1200원 선이면 괜찮다”고 했다. 이어 “2008년에 원-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았을 때도 이겨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직전까지 치솟자 원자재 수입을 잠시 중단했으나 지난주께 원자재를 추가로 구매, 원자재 수급이 안정화 됐다. 환헤지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거래선을 다변화 하는 등 기존 사업에 전념하는 게 최선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단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