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SOS"…중국 "하는거 보고"

2011-10-30 19:43
佛대통령·EFSF CEO 등 잇단 中 방문·전화

유럽의 재정 위기 해결이 아직 미완(未完)으로 남은 채 중국이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리 다오쿠이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직접 투자하거나 특수목적기구(SPV)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을 고려중”이라며“중국은 EFSF에 최대 1000억 유로를 투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주 두 차례나 만난 유럽의 정상들이 그리스의 국가 채무를 50%나 탕감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재원 규모를 현재 2500억유로에서 1조유로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에 리 다오쿠이의 말대로라면 중국은 EFSF에 최대 10%의 자금 지원을 하게 된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EU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경제 성장과 글로벌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하도록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발언 수위지만 시장의 기대는 그 이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금줄에 목이 마른 EFSF의 CEO 클라우스 레글링도 지난 28일 저녁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당장 중국을 방문했다.“수익률이 높은 투자를 좋아하는 중국이 EFSF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 섞인 발언을 곁들였다.

레글링은 29일 베이징의 칭화대 연설에서 "EU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합의안이 마련됐지만 문제가 2~3년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랫동안 위험하지 않은 자산으로 인식돼온 국채가 유럽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그 위상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8일 이탈리아는 10년 만기 국채 79억유로 어치를 발행하면서 6.06%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이는 한달 전 발행 때의 5.86%보다 상승한 것으로 유로 출범 후 이탈리아 10년 만기채에 적용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통시장의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이날 5.95%로 치솟아 투자자의 불신을 거듭 확인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9일 주말판에서 "이탈리아는 EU 구제 파티의 숙취"라면서 "EU 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지 하루만에 이탈리아 차입금 부담이 이처럼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한 것은 이 조치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가 채무가 모두 1조9000억유로가 넘는 그리스는 내년에 거의 3000억유로의 채무를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이탈리아까지 주저앉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우려가 아직 시장에 강하게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임기를 끝내고 31일 퇴진하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30일자 독일 일요신문 '빌트 암 존탁'과의 회견에서“유로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모두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중국 등 외부 수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오는 11월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투자 여부가 어떻게 결정될 지 관심이다. 일단 중국의 주 광야오 재무부 부부장은 “정상회의의 공식 안건이 아니다”며 중국의 유럽위기 해결을 위한 재정 지원 이슈를 일단 부인했다. EFSF 운용에 대한 세부적 계획에 대한 결정이 12월 초까지 연기되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투자가 결정될 수 없다는 이유다.

중국 측은 당장 결정을 미루고“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유럽이 그동안 중국에 보여왔던 여러가지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는 전제 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즉,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치 말 것을 요구하거나 천안문 사태 이후 취해진 무기수출 금지에 대한 해제 등을 EFSF 투자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유럽연합(EU)로부터 시장 경제 지위를 인정받고 위안화 환율정책을 지지받기 위한 요청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워싱턴(미국) = 송지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