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반애플 싸움에 '꽃놀이패' 쥔 삼성전자

2011-10-26 18:21
제조 최강자 이면서 OS도 개발..IT강자 부상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글로벌 IT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다. 스마트폰에 칩과 메모리, 디스플레이까지 제조하면서 운영체제(OS) 개발에도 나서는 IT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게도 부품을 공급하며 협력관계에 있는 가운데 안드로이드의 구글과도 긴밀히 제휴하고 있다.

인텔과는 칩 제조에 있어서 경쟁관계에 있지만 부품을 공급 받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OS를 놓고는 협력하고 있다.

MS와도 전통적인 협력 관계에 있다.

삼성전자의 빠르게 고품질로 완성하는 하드웨어 구현 능력 때문에 주요 IT 업체들은 삼성전자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자사의 제품을 최고로 구현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정지범 정보산업진흥원 모바일산업TF팀장은 “업체들이 고도의 새 제품을 내놓는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술력의 축적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어서 당분간은 이런 의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위축될 경우 반애플 진영의 강자인 삼성전자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은 삼성전자의 꽃놀이패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반애플 진영에 모두 필요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어 어떤 싸움을 하든 이득을 보게 될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업체의 강점으로는 융합하는 능력이 꼽히고 있다.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의 기반 위에서 IT 발전과 보조를 맞추며 발전한 역사를 갖고 있다.

각 산업의 발전과 함께 IT가 녹아들어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기술 융합과 함께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IT 생태계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 모바일 OS 개발 나선 삼성전자

주목되는 것은 삼성전자가 인텔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OS 타이젠이다.

삼성전자는 1월부터 40명의 전문 인력으로 차세대 소프트웨어개발 그룹을 신설했다.

이 부서는 차세대 단말의 OS나 플랫폼 확보를 위한 선행 개발을 하고 있다.

‘타이젠’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웹 OS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으로 리눅스 기반의 개방형 플랫폼인 삼성리눅스플랫폼(SLP)를 다루고 있다.

iOS나 안드로이드는 단말에서 애플리케이션 내려 받는 형태이지만 온라인 웹에서 직접 앱을 실행하는 형태의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미고 개발을 함께 했던 노키아가 떨어져나가면서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SLP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OS는 HTML5를 지원하는 글로벌앱장터(WAC)와도 연동된다. 국내에서도 내달부터 K-WAC이 열리면서 웹기반 앱이 지원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웹 상에서 앱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현재의 iOS-안드로이드 구도는 깨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iOS나 안드로이드를 넘어서는 차세대 OS로 웹OS를 꼽고 있다.

3년 이내 웹 OS가 확대되면서 나뉘어져 있는 모바일 생태계도 통합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독자OS인 바다는 별도로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OS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김상표 삼성전자 차세대소프트웨어개발그룹 선임은 “1~2년 전만 해도 노키아 따라잡기가 목표였지만 이제는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요구가 크다”면서 “소프트웨어적인 완성도를 이렇게 강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강 하드웨어 기술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서 하드웨어 뿐 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서도 강자로 설 것이라는 것이 이 부서 직원들의 전망이다.

정지범 정보산업진흥원 팀장은 "하드웨어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분야 강화에도 나서면서 IT 강자로 입지를 더 굳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애플 진영의 다각화 모색

그동안 애플은 모바일 생태계를 창조하면서 글로벌 IT 업계를 주도해 왔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컴퓨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활성화시킨 주역이다.

애플을 제외한 업체들은 구글을 중심으로 일단 모여 있었다.

애플의 폐쇄형 모바일 OS에 맞서 안드로이드에 한 줄로 서 있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활성화 이전에는 애플의 독주를 손을 놓고 바라봐야만 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기업들은 애플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됐을 정도로 IT업계를 리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던 애플은 회사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스티브 잡스의 잔상이 얼마동안 제품에 남아있겠지만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T 시장의 맹주 자리를 노리는 각 지역의 군주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지범 팀장은 "잡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의 집단지성이 작동하면서 단기적으로 애플의 영향력이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새 트랜드를 리드하던 인물이 사라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진로가 불확실해 지면서 글로벌 IT 업체들은 반애플의 기치 아래 합종연횡을 하는 가운데 서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일단 모바일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구글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인텔 등 칩 생산 업체도 모바일 시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직접 스마트폰 제조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강점을 키우고 약한 부분인 제조 부문을 인수합병을 통해 강화했다.

많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제조에 뛰어들면서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이 애플 iOS를 뛰어넘은 가운데 구글은 OS 4.0버전을 선보이면서 한층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반애플 진영의 대안이 됐던 구글의 OS에는 모토로라 인수가 위협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글 경계에 나서면서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애플 진영에는 새로운 대안도 생겨나고 있다.

반애플 진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MS는 호시탐탐 모바일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PC 시대의 부귀영화가 여전하지만 예전만은 못하다. 모바일 분야에서 생태계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내놓은 것이 MS의 윈도우 모바일 망고다.

MS는 절치부심 끝에 새로운 윈도우 모바일 버전을 선보이며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MS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업체의 절반에 대해 로열티를 받게 됐다. 계약을 맺은 업체가 10개사로 늘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꺼져 가는 것처럼 보이던 MS는 안드로이드폰 한대당 5~10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로열티를 챙기면서 삼성전자, 노키아, LG전자, HTC 등과 손잡고 윈도우 모바일 새 버전 망고가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 지난 5월 앱 개발자 도구를 배포한 이후 3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에 밀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노키아는 독자 OS 심비안을 버리기로 하고 MS와 손을 잡았다. 윈도우 모바일폰을 내놓으면서 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노키아는 3종류의 망고 탑재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반애플 진영의 HP와 델도 MS의 윈도우8 탑재 태블릿을 준비하는 등 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인 LG전자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IPS 트루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옵티머스 LTE로 승부를 걸고 있다.

LG전자 역시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망고폰 질 샌더를 유럽 시장에서 선보이면서 OS 다각화에도도 나서고 있다.

팬택도 LTE 스마트폰 올인을 선언하고 세계최초의 모션 인식 베가 LTE를 선보이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명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팬택 역시 소비자의 요구가 있다면 OS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스마트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독자 OS인 바다OS를 공개할 경우 이를 탑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