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유통구조 개선은 장관이 모르고 한 말"

2011-10-24 15:00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등 유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우유 원료인 원유 가격을 지난 8월에 인상한 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 견디지 못해 최근 출고가를 올렸지만 이마저도 유통업체들의 반발로 무산되기 일보직전이다.

설상가상으로 농식품부 장관은 우유 가격을 내리려면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발언, 업계에서는 "무식해서 하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24일 유업계에 따르면 우유 유통과정에서 단계를 축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농식품부 장관의 발언은 "치밀하게 연구한 것이 아니라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우유 유통 구조는 낙농가→유업체→대리점→유통업체 등 4단계로 이뤄지고 있다. 각각의 유통 과정을 살펴보면 더 이상 긴축(?)할 곳이 없다는 게 유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유업체들은 지난 8월 원유가 인상 이전에 850원대에서 원유를 사왔다. 흰우유 기준으로 1리터의 원가는 709원(현재는 138원 인상) 정도지만 다양한 인센티브(세균수, 단백질 함량 등)로 인해 실제 매입단가는 850원대다.

850원대에 원유를 구매한 유업체들은 열처리 작업 등을 거쳐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이때 원가는 1250원 가량이다. 가공 비용으로 통상 리터당 400원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투입되는 비용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은 석유 값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업체들은 원가가 1250원인 원유를 대리점에 1450원에 납품한다. 리터당 200원을 덧붙여 출고하는 셈이다. 15% 마진율이다. 하지만 유업체들은 대리점 출고 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지원하고, 아울러 유통업체 행사비용·광고비용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실제 유업체들이 우유 하나를 팔아서 남는 돈은 100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업체로부터 1450원에 납품받은 대리점들은 1750∼1850원을 받고 유통업체에 판매한다. 대리점은 리터당 300∼400원의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20% 수익률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유가 일배식품이라는 것이다. 당일 배송이기 때문에 아무리 장사를 잘하는 대리점이라고 해도 인건비·배송 등의 한계로 한 달 동안 취급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다.

실제 대부분의 국내 우유 대리점들은 한 달 동안 3000만원 정도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수익률을 적용하면 600만원의 수익이 나는데, 사무실 임대비용을 비롯해 차량·냉장장치·반품 등을 감안하면 월간 수익은 300만원대로 줄어든다. 이는 높은 수익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리점으로부터 납품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업체의 마진율도 좋은 편이 아니다. 대형마트들은 통상 대리점으로부터 1750원에 우유를 납품받아, 2150원에 판매한다. 통상 400원 마진을 남기는 데, 유통업체 입장에서 20% 수익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제품의 마진율이 30% 정도여서 우유가 효자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유업체들의 출고가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우유 유통구조는 비교적 단순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나서 유통단계를 개선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유업체들은 대리점 마진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한 달에 300만원 가량 수익을 가져가는 대리점들의 마진율을 개선하겠다고 한다면 영업을 포기하는 대리점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일배식품 특성상 대리점들이 영업을 포기할 경우, 유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식품부 장관의 발언은 "상황을 모르고 한 말"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