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남자’ 임태희 대 ‘왕의 남자’ 이재오, 최종 승자는
2011-10-23 18:17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지키려는 자와 차지하려는 자가 맞붙었다.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논란 등을 계기로 대통령실장 교체를 놓고 청와대가 내전에 휩싸인 것이다. 그 중심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
임 실장은 SD(이상득)계다. 그래서 ‘(대통령)형의 남자’다. 이 의원은 자타공인하는 대통령 최측근이다. ‘왕의 남자’다. 대통령실장 자리를 놓고 이 두 남자의 진검승부는 이미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17일 일단 임 실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이전 백지화를 선언하고 임 실장을 중심으로 후속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의 사표만 받아들이고 후속 문책인선은 하지 않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입장이다.
그러나 ‘임태희 경질론’은 집권 여당 곳곳에 퍼진 상태다. 이 의원의 주도아래다. 이 의원은 이날 “국민이 원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청와대를 전면 개편해야한다”면서 “대통령실장이 모든 것을 관장하지 않느냐. 청와대 수석과 비서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니 비서실 관리를 잘못한 책임도 있고 대통령 보필을 잘못한 책임도 있는 것”이라며 임 실장을 직접 겨냥했다.
형의 남자와 왕의 남자간 대결에서 정치력으로는 이 의원이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원내총무 등의 당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현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조직력이 탄탄하다. 반면 임 실장은 행정관료 출신으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을 거치며 ‘정책통’이지 ‘정치통’이지는 않다. 이 때문에 ‘이상득 아바타’라는 비야냥도 여당에선 나온다.
문제는 이 의원이 내세우는 대통령실장 후보가 임 실장에 맞서 경쟁력이 있느냐다. 대통령 실장 자리는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을 종합적으로 보좌할 수 있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 의원이 내세운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 원세훈 국정원장의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게 여권내 평가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측 한 인사는 23일“여의도 정치에 복귀한 이 의원이 청와대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 아니냐”며 “임 실장에 비해 박 특보나 원 원장은 당청소통 능력이나 종합적 정무판단능력 등에서 더 낫다고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 변수는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청와대 책임론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지점에서 이 의원은 또다시 ‘대통령실 대수술론’을 설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총·대선과 맞물려 연말 ‘분권형 개헌’을 주도하기 위해선 이 의원은 자신의 계파가 대통령실을 총괄해야 한다는 논리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 정무라인 한 관계자는 “임 실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어 교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실장을 SD계에서 맡을지, 친이재오계가 할지, 아니면 중립인사를 기용할지 선택은 오직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