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은행 신입직원은 고임금의 '희생양'
2011-10-20 16:5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지금 OO은행 다닌 지 1년 정도 됐는데 실수령액이 겨우 120만원이에요. 신입 직원들만 봉이라니까요.”
며칠 전에 만난 한 시중은행 직원의 말이다.
이 직원은 임금 얘기가 나오자 “1년차 선배와 똑같이 일하는데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더라”라며 “월급날이면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수십번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임금을 줄여 그 비용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ring)’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이후 입사한 공공기관 및 은행권의 신입직원들은 각각 15%와 20%씩 임금이 삭감됐다.
하지만 일자리 증가 효과는 미미했고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정책 시행 후 1년만에 2000명 이상 늘었고 올해 6월말까지 45977명으로 12.3%나 급증했다.
정책이 쓸모가 없어지면 폐기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손해를 감수한 신입직원들의 임금도 원상회복이 돼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원상회복에 2년간 단계적 회복, 2009년 이전 수준 초과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다.
회복 기간 동안 2009년 이전 입사자들의 임금도 점차 인상될 것이다. 결국 2년 후에도 임금 격차는 여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정부는 원상 회복에 추가 예산 없이 기존 예산 내에서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선배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을 낮춰 신입직원의 임금을 보전하라는 것이다.
앞서 만난 은행원은 손사래를 쳤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다 자기 밥그릇 껴안기 바쁜데 누가 후배 임금 때문에 자기 임금을 포기하겠어요?”
최근 미국의 반(反) 월가 시위 등 금융권의 고임금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오히려 임금이 깎인 신입직원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고임금을 받는 직원들은 따로 있는데 왜 회사에 갓 들어온 신입의 임금이 깎여야 하느냐"는 신입직원의 하소연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