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銀, '아직도 파업?'
2011-10-19 16:17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SC제일은행의 노사 간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굵직한 금융권 현안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이를 틈타 노조의 파업 이후 닫았던 영업점을 속속 재개하는 한편 행명 변경과 영업력 확대 등을 추진하며 정상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아직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측의 행보에 속도가 붙자 노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파업을 초래했던 SC제일은행의 지난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현재 노사 간 실무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임단협과 성과연봉제 도입, 명예퇴직제 폐지 등을 놓고 올해 초부터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으며 지난 6월말부터 2개월 이상 파업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지금도 교섭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최근 내부 성명서를 통해 “은행 측의 태도는 아직도 사태해결에 대한 의지보다 형식적 교섭태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측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과 복지후생의 후퇴를 계속적으로 고집한다면 또다시 최악의 대립적 국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9월 현장에 복귀하면서 시작한 정시 출퇴근, 사복 근무 등 태업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매각, 은행 및 카드사의 고액 배당과 바가지 수수료 문제 등 금융권의 굵직한 현안들 때문에 SC제일은행 노사 갈등은 이슈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사측은 현재 임원 명퇴와 행명변경 및 영업력 확대 등을 추진하며 정상화를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
파업이 시작된 후 운영이 일시 중단됐던 43개의 영업점 가운데 아직도 닫혀있는 곳은 이제 20곳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또한 연내에 ‘한국 스탠다드차타드 제일은행’이라는 행명에서 ‘제일’을 빼고 ‘SC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실적 향상을 위한 ‘마이크로 캠페인’을 실시해 월별 목표와 개인 실적을 관리하는 한편 중간평가를 통해 파업 참가 직원들에게 낮은 등급을 매기며 직원 단속에 나섰다.
아울러 사측은 이사회에서 상무급 임원 9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키로 한 데 이어 11월 이후 새로운 승진 시스템을 적용, 수시로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의 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노조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의 한 노조원은 "중간평가에 대한 이의 신청도 지점장이 막고 있고 업무는 업무대로 늘고 있는데 여기에 구조조정까지 걱정하게 생겼다"며 "구체적인 행동이 없으니 이러다 사측이 바라던 대로 유야무야 넘어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장환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사측이 진행하는 명예퇴직이나 승진인사는 결국 정규직을 잘라낸단 의미가 아니겠느냐"라며 "상황을 봐가면서 향후 벌어질 수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