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시장 공포’ 선진국보다 훨씬 빨리 해소
2011-10-18 07:52
미국 더블딥(이중침체)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지난달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던 한국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간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시장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일제히 개선되고 있다. 코스피는 투자자들의 달라진 안정심리를 반영한 듯 8거래일 만에 무려 198.66포인트나 폭등했다.
특히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이 떨어지고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난 8월 이후 유난히 흔들렸던 한국 금융시장이 이번에는 선진국보다 훨씬 양호한 개선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뉴욕 종가 기준으로 지난 14일 153bp(1bp=0.01%포인트)였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이달 초만 해도 상승세를 보여 지난 4일에는 229bp까지 치솟았다. 이후 꾸준히 하락해 이달 들어서만 30% 넘게 떨어졌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 상승은 신용도가 나빠져 채권 발행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 감소세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유럽 신용경색 우려로 급등했던 국내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도 큰 폭으로 추락했다.
이달 들어 산업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20.65% 급감했다. 우리은행(-17.61%), 국민은행(-17.39%), 신한은행(-14.34%), 하나은행(-14.12%)도 10%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외평채가산금리(2019년 만기물)는 지난달 말 195bp에서 이달 4일에는 201bp까지 올랐으나 14일에는 147bp까지 떨어졌다.
외평채가산금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 채권의 수익률이다. 미국 재무성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로 표기되며 신인도가 개선될수록 낮아진다.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코스피)를 보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급속도로 진정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수는 코스피200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코스피200 지수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한 값으로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가늠할 때 활용된다.
V-코스피는 지난 5일에는 45.64까지 올랐으나 17일 30.61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V-코스피의 낙폭은 32.93%에 달한다.
공포 장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8월1일의 19.31에 비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8월 초 50을 넘긴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매우 양호한 상태다.
파생상품 거래 동향에서도 주식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심리가 확인된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베이시스는 지난달 말만 해도 -1.61까지 떨어지는 등 ‘백워데이션’(현물 대비 선물 저평가)이 심했다.
이는 주가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선물시장에서 매도세가 급격히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베이시스는 최근 플러스 상태인 ‘콘탱고’를 회복해 17일에는 0.31을 나타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베이시스가 콘탱고로 돌아온 것은 선물시장의 극심했던 매도세가 진정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지표들이 일제히 안정된 것은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최근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코스피는 17일 직전 거래일보다 29.78포인트(1.62%) 오른 1,865.18로 마쳤다. 이로써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간 무려 198.66포인트나 폭등했다. 2009년 7월 14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11거래일 연속 상승 이후 27개월 만에 세운 최장 기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시장전략팀장은 “유럽 문제 해결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우려가 진정되고 있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황은 벗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