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중국고섬, '희망 고문'은 이제 그만
2011-10-17 17:38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한국에서 중국고섬 주식예탁증서(DR)가 상장폐지된다고 해서, 싱가포르 원주까지 상폐된다고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올해 1월 중국고섬의 국내 증시 상장을 주관했던 대우증권 관계자의 말이다. 대우증권은 지난 14일 중국고섬의 외부감사법인이 감사의견 '거절' 평가를 내린 데 따라 중국고섬의 국내 상장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다만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의 경우 감사의견이 거절이면 상장 폐지로 직행하는 한국거래소와 달리 자체 심사를 통해 상폐 여부를 결정한다. 대우증권 관계자의 말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모두 2100억원. 올해 1월 중국고섬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다. 이는 국내 17개 증권사가 지난 4~6월 벌어들인 순이익 3623억원의 57%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가운데 일반청약을 통해 끌어간 돈만 1046억원에 달한다. 청약 당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건강한' 회사라던 상장주관사의 말만 믿고 중국고섬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이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의 말처럼 싱가포르 원주라도 살아남아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조금이나마 줄어든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부실기업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킨 대우증권은 그 발언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원주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조차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요즘이다.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이 선진 시장이라는 싱가포르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는 것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들 전문가의 시각처럼 싱가포르 원주마저 상장폐지가 확정된다면 실낱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개인투자자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다. 이들은 중국고섬이 거래정지된 지난 3월 이후 6개월 이상 '희망고문'에 시달려 왔다. 대우증권이 보다 솔직하고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