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로고 안경·교정기 활짝~ '웃어도 웃는게 아니야'

2011-10-17 10:24
청작화랑, 청작미술상 6회 수상작가 김지희 개인전 21일부터

sealed smile-CHNEL.2011. 장지에 채색,60*72cm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하얀이를 드러내고 얼굴의 절반을 커다란 선글라스로 가리고 웃고 있는 양머리 인물들. 안경 한쪽 알엔 페라리, 애플, 루이뷔통, 구찌, 샤넬 등이 다른 한쪽엔 사탕이나 달콤함을 연상시키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밝은 척, 행복한 척 판박이 같은 함박웃음을 띤 인물들은 사실 마음의 창인 두 눈을 가린 채 가면 뒤에 고독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청작미술상 최연소 수상작가 김지희.
올해 제6회 청작미술상 수상 작가 김지희(27)의 수상기념 개인전이 오는 21일부터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린다. 청작미술상 역대 최연소 수상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채색화 기법으로 표현한 '동양적 팝아트' 30여점을 선보인다. 밝고 화사한 그림을 가볍게 보이지만 화선지를 몇장씩 겹쳐 두껍게 만든 장지에 채색해 들뜨지 않은 깊이감이 있다.

작가는 페르소나, 가면과 가식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경쾌하고 발랄하게 지적한다. 이번전시에는 억압을 상징하는 장치와 함께 명품브랜드에 꽂힌 현대인의 가면성을 담아냈다.

교정기 오드아이등 파격적인 소재를 화면으로 끌어들인 작가는 “그림 속 인물들의 밝은 첫인상과 억지웃음 뒤에 숨겨진 고독, 외로움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얀 치아를 꽉 조여 가지런하게 만드는 교정기는 억압을 상징하는 장치이며 화면을 장식한 명품 로고는 브랜드와 자신의 정체성을 혼동하는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sealed smile.2011.장지에 채색.72*90cm

그래서일까, 강렬한 경쾌함속에 역설적으로 숨겨진 현대인의 허무함과 고독감이 가득하다. 몽글몽글 얹혀 있는 머리는 마치 뭉게구름처럼 허망함을 상징하는 듯하며, 나비나 화려한 꽃문양은 신기루 같은 이상만 좇는 허영심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작품의도와는 달리 그의 작품은 교정기덕분에 치과에서 인기라는게 화랑의 설명이다. (현재 작품값은 호당 15만원선이다.)

작가는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동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4회의 개인전과 베이징 런던 뉴욕등 국내외서 80여회 기획전에 참여하며 신예작가로는 보기 드문 왕성한 활동을 자랑한다.

지난 3월, 청작화랑이 지원해 참가한 뉴욕 코리안 아트쇼에서 작가의 작품은 눈길을 끌고 뉴욕 평단의 호응을 받았다.

이번 개인전 서문까지 쓴 뉴욕의 미술평론가 조너던 굿먼은 “김지희는 가벼운 즐거움에 내맡겨진 지루한 삶을 미묘하게 비판하는 이미지들을 탄생키기고 있다"며 "작품속 이미지들은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듥도 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행복의 가장된 모습을 볼수 있다"고 공감했다.

한편, 미술시장 불황속에서도 지속하고 있는 '청작미술상'은 청작화랑 손성례사장이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켜 한국미술문화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신념"아래 1997년 제정해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1회 전준엽, 이선우, 2회 박수용, 정현숙, 3회 이목을, 유경원, 4회 김성민, 5회 김성복 이금희 작가가 수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초대 개인전 기회를 준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02)549-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