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동차 동호회가 ‘브랜드’ 만든다

2011-10-17 14:03
소비자엔 정보창구 역할… 업체엔 ‘계륵’

지난달 동호회 회원을 비롯한 고객 차량 1100여 대가 참가해 만든 쉐보레 엠블렘 모습. 이는 이 부문 기네스북에 올랐다. (한국지엠 제공)
지난달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현대차 벨로스터 튜닝 베스트카 선발대회 모습. (현대차 제공)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인터넷 동호회가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는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시 이전부터 ‘스파이샷’을 비롯해 신차 정보를 공유하고 실제 출시 후에는 차의 장ㆍ단점에 대한 각종 최신 정보를 공유하면서 때로는 단체 행동에 나선다. 이처럼 동호회가 브랜드에 미치는 역할이 커지며 회사 측에서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16일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5개사와 해당 브랜드 인터넷 동호회와의 교류상황을 알아본 결과, 모두 전담 팀 혹은 담당자를 두고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열린 '2011 기아차 연합동호회 전국 모임'에서 시각 장애 피아니스트 유예은 양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 (기아차 제공)
올들어 인터넷 동호회 및 블로거를 위한 전담 팀을 신설한 현대차는 올 5월 동호회와 함께 소년소녀 가장과 함께 야유회를 갖는 등 각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름 휴가기간에 함께 오토캠핑을 떠나거나 지난달 벨로스터 튜닝카 대회를 가진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서울 지역에 편중된 행사를 각 지역으로 확대해 열고 있다.

기아차 역시 지난 2006년부터 K5ㆍ스포티지R 등 각 차종별 동호회 회원을 초청하는 ‘기아클럽 연합 전국 정기모임’을 열고 있다. 5월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2개 동호회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동호회 회원 역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윈윈(win-win)’이다”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행사를 통해 고객 목소리를 현장에서 생생히 들을 수도 있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이들 회사는 각각 별도 팀과 영업팀, 마케팅 팀이 자사 동호회를 대상으로 연비 기록 세우기 대회나 오토캠핑 등 회사 차원의 행사를 활발히 열고 있다.

한국지엠이 지난달 1143대의 차량으로 쉐보레 엠블렘을 만들어 이 부문 기네스북을 세운 이벤트 역시 고객 초청행사였으나 적잖은 참가자가 한국지엠에 속한 동호회원들의 단체 참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동호회 회원이 모여 ‘브랜드’를 만든 셈이다. 이제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차발표회를 연 후 블로거나 동호회원을 초청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동호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이들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K5매니아클럽(K5 MANIA CLUB)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성민 씨는 “동호회는 차가 나오기 전부터 형성돼 차량에 대한 정보교환 및 토론이 이어진다. 업체 측이 신경쓰는 것도 이 곳 커뮤니티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올 초 기아차가 카니발 3열(맨 뒷좌석)에 에어백 허위광고 논란에 못 이겨 이를 무상 장착키로 한 것 역시 동호회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업체 입장에서 동호회 같은 고객 커뮤니티는 홍보 효과도 있고 단점이 빨리 퍼지는 ‘계륵’과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교적 나이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골프 마케팅 활동도 활발해 지고 있다. 과거에 이 같은 행사는 BMWㆍ벤츠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신청자 접수중인 ‘제8회 에쿠스 자선골프대회’를 비롯 연 1~2회의 고객 초청 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지난 2009년 SM7 고객 초청 골프대회를 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