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기자의 버디&보기> 75∼100야드 샷은 골퍼들에게 ‘눈물의 골짜기‘
2011-10-12 08:00
웨지 3개 이상 갖추고 스탠스는 오픈…낙낙한 클럽 잡는 것도 긴요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당신의 고민은 대개 홀까지 50∼75야드를 남겼을 때 시작된다. 이 상황이야말로 골퍼들에게 ‘눈물의 골짜기’라고 할 수 있다.”
골퍼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50∼100야드 거리의 샷이다. 풀 스윙 거리도 아닐 뿐더러, 스리 쿼터(4분의 3)나 하프 스윙을 하자니 익숙지 않다. 거리가 짧다고 만만하게 봐 그린을 벗어나는 일도 잦다. 오죽했으면 메이저(1964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토니 레마(미국)조차 이 거리의 샷을 ‘눈물의 골짜기’(vale of tears)라고 했을까. 골퍼들은 이 거리에서 볼을 어느정도 홀에 붙일까. 또 이 샷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은 없을까? 통계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본다.
◆‘보기 플레이어’ 10m이상 벗어나
미국 골프매거진은 홀까지 75∼100야드를 남겼을 때 골퍼들이 샷을 얼마나 홀에 근접시키는지 조사했다. 투어프로들의 평균치는 약 5.5m였다. 그 반면 핸디캡 0∼5(그로스 스코어 72∼77타)의 아마추어 ‘고수’들은 홀에서 8.5m 지점에 볼을 떨어뜨렸다. 핸디캡 5∼15(77∼87타)의 중·상급 골퍼들은 홀에서 약 9.5m지점에, 핸디캡 15∼25(87∼97타)의 ‘보기 플레이어’ 들은 13m지점에 볼을 떨궜다. 짧은 거리의 샷인데도 불구하고 보통 수준의 아마추어들은 버디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골프선수-과학자-교습가의 이력을 지닌 쇼트게임 전문교습가 데이브 펠츠(미국)는 클럽구성에 변화를 주라고 주장한다. 그는 “골퍼들은 아이언과 우드는 10야드 간격으로 클럽을 갖추면서도 100야드 이내에서 사용하는 웨지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어 “일반적인 남성 클럽세트는 피칭웨지(약 105야드)와 샌드웨지(약 75야드)의 거리차가 30야드나 된다”며 “두 클럽 중간에 갭웹지를 보충하거나 샌드웨지보다 로프트가 큰 로브웨지까지 갖추는 것이 100야드 이내 샷을 자신있게 처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웨지는 적어도 3개, 필요하면 4개까지 갖고다니는 것이 그린주변 플레이가 많을 수밖에 없는 아마추어들에게 유용하다는 얘기다. 이는 웨지의 ‘명장’ 밥 보키도 권장하는 것이다.
◆게리 플레이어
이 거리에서 골퍼들은 당겨치는 샷으로 볼을 그린 왼쪽으로 보내곤 한다. 왜 그럴까.‘커리어 그랜드슬래머’ 게리 플레이어(남아공)는 다운 스윙 때 왼쪽 허리가 미처 비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상체가 돌아가면서 당겨치게 된다고 진단한다. 그는 “웨지샷은 드라이버샷과 달리 스윙이 짧아진다. 그래서 다운스윙시 왼쪽 힙이 돌아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적어진다. 이를 감안해 약간 오픈 스탠스를 취하라. 그러면 스윙하기 전에 이미 허리가 물러난 자세가 돼 당겨치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플레이어는 또 임팩트 이후에도 머리를 붙잡아두면 ‘풀(pull) 샷’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양용은은 쇼트아이언과 웨지샷을 잘 한다. 올시즌 그가 75∼100야드를 남기고 한 어프로치샷은 홀에서 평균 5.4m 떨어진 지점에 멈췄다. 웨지샷은 거의 버디기회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그가 웨지샷을 잘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헤드 무게를 생각하며 스윙하는 것과 클럽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다. 양용은은 “그 거리에서 강하게 치려 하지 말고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스윙을 해야 원하는 샷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는 헤드 무게를 느끼기 위해 클럽을 거꾸로 쥐고 한 두 차례 스윙해본 뒤 제대로 잡고 샷을 한다. 또 웨지는 ‘거리용’이 아니라 ‘정확성’을 위한 클럽이라는 점에 주목, 낙낙한 클럽을 잡는다. 그래야 리듬이나 템포가 흐트러지지 않으며, 핀높이로 날아가 홀 주변에 멈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