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사흘째 하락세..유로존 불안에 1150원대 진입은 힘들 듯

2011-10-11 16:37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원·환율이 사흘째 내림세를 보이며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해법이 돌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임시방편적인 대책인데다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의 채무 불안이 상존하기 때문에 원·환율이 언제든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의 단초는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제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은행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 영향으로 유로존이 안정성을 되찾아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완화됐다.

파산 위기에 놓인 벨기에 덱시아 은행에 대해 일부 국유화 조치 등 구제 방안이 나온 것과 이에 따라 은행주를 중심으로 전날 유럽과 미국의 증시가 동반 상승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

지난 7일부터 3일째 환율이 하락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커버드 본드 매입과 12개월물 장기대출을 통해서 은행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밝힌 영향이 컸다.

예상외로 호조를 보인 미국의 고용지표도 원·달러 환율 추가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1800선을 회복하는 등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간 것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제기되면서 환율 하락을 제한했다.

이날 개장 초반 10원 넘게 떨어졌던 환율은 오후 1161.0원을 기록하며 낙폭을 줄였다. 수입업체 결제수요(달러 매수) 등이 유입된 점도 영향이 있었지만 유로존의 불안이 아직까지 경계심리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환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연기되는 등 시장에 불안감이 여전해 환율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환율 변동의 변수는 유럽재정안정자금 확대안에 대한 슬로바키아 의회의 표결을 꼽고 있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12일 유럽재정안정기금 확대안을 놓고 의견대립을 보여왔다.

다른 전문가는 "독일과 프랑스 두 정상이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구체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는 데 실패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 내지 1190원대까지도 반등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딜러들은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심리를 부추기고 있지만 1160원대에서 지지선이 형성돼 있는 점과 결제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