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유럽 재정위기 해결안 두고 막판 기싸움

2011-10-11 16:05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17,18일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23일로 연기됐다.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 방안을 놓고 회원국 간 의견 조율에 진통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헤르만 판 롬파워 EU 정상회담 상임의장은 EU정상들이 위기 극복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상회의를 연기했다. 이번 연기는 그리스 채무 해결안, 은행권 자본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등의 현안에 대한 의견이 충돌해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그리스에 대한 6차분(80억유로) 채무를 두고 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의 협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일께에 결단이 내려지면 이를 정리하기 위해 정상회의 날짜를 늦췄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그리스 채무 해결을 놓고 민간 채권단의 손실을 늘리자는 독일과 시장에 무리가 될 수 있다는 프랑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채무 손실 비율을 지난 7월 합의된 21%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집행이사인 외르크 아스무센 독일 재무차관도 10일 유럽의회를 통해 유로 위기 타개를 위해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의 정책이사인 마르코 크란체크 슬로베니아 중앙은행장은 10일 그리스 채무상환 프로그램 손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미 협의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상회의가 미뤄진 이유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이 유로존 회원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영향도 크다.

EFSF 확대안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현재 400억유로 규모인 EFSF 지급보증 규모를 늘리고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의 국채매입에 활용하자고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는 아직 EFSF 확대안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17개 회원국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발효되지 못하기 때문에 유럽 위기에 대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유럽권 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프랑스 등은 全유럽 차원에서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반면 독일은 개별 국가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자체적으로 은행 자본 확충에 나서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다른 국가의 은행부담까지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자세다.

이같이 유럽 정상들의 결단이 늦어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기 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 연기에 대한 우려로 조속한 해법 마련을 촉구했으며 오는 23일까지 유럽 정상과 긴밀하게 협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정상에게 유로존과 세계의 경제적 회복을 보장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그는 오는 23일까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내달 3~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유럽 정상과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