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부인, 8조2천억원 유산 어디에 쓸까?
2011-10-11 07:36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공개 석상에서 ‘자선’을 언급한 적이 거의 없었다.
억만장자들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유도하려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설립자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해 6월 출범시킨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랬던 잡스가 천문학적 액수인 70억달러(약 8조2천900억원)의 유산을 남기고 타계함에 따라 이 유산의 상속자인 부인 로렌 파월 잡스(47)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실리콘 밸리의 거액 기부자들은 잡스 부부가 그동안 남들 모르게 대규모 기부를 해왔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로렌도 이와 관련해서는 대변인을 통해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로렌의 그간 활동을 보면 잡스 가족이 교육개혁과 여성문제 등에서 각종 자선활동을 많이 벌였고 민주당 후보자들을 지원하는 등 진보적인 운동에도 깊이 관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로렌과 함께 1997년 교육개혁 단체인 ‘칼리지 트랙’을 공동 설립했던 카를로스 와트슨은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는 누구에게 많은 것을 주고 많은 것을 기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로렌이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한 ‘뉴스쿨즈 벤처펀드’의 테드 미첼 최고경영자(CEO)는 로렌이 교육 정책의 지도자로 그동안 비영리기관과 정치인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잡스 가족은 이 단체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첼 CEO는 “로렌은 조용하면서도 꾸준하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헌신과 탁월한 통찰력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욱 커진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에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에서 일했던 로렌은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던 중 잡스와 만나 1991년 결혼했고 슬하에 3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테라베라’라는 이름의 자연식품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던 로렌의 자선활동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캘리포니아주 이스트 팰러앨토에서 고등학생들의 멘토로 자원봉사를 하던 그는 1997년 저소득층 학생이 집중강좌와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도록 도와주는 단체인 ‘칼리지 트랙’을 공동 설립한다.
잡스 가족은 ‘칼리지 트랙’의 설립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냈다는 게 이 단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특히 로렌은 “이 일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단지 수표를 발행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학생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인프라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게 와트슨의 설명이다.
‘칼리지 트랙’은 그동안 저소득층 학생 1천명 이상을 공부시켰고 그들의 90%가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로렌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히스패닉이 학생들과 일대일로 스스럼없이 만났다고 한다. 학생들이 “당신들은 나의 이야기를 모른다”고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로렌은 이들과 자신의 집이나 때로는 아이의 집에서 수십차례 만나 대화하면서 ‘소통’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또 다른 교육 분야 비영리단체인 ‘티치 포 아메리카’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웬디 코프는 로렌이 3년전 캘리포니아의 학교를 찾아왔을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당시 로렌은 교실에서 직접 아이들을 만났는데 이는 교육계 책임자가 아닌 사람에게서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로렌이 던진 질문이나 제시한 기준 등은 모든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그녀의 철학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코프 CEO는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