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주식시장 변동성은 리먼사태 때보다 더 커

2011-10-09 14:28
현 경제상황, 3년전과 어떻게 다를까?<br/>채권시장 안정은 '뚜렷'…외환 변동성은 확대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흔들리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두고 3년전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외환 및 주식시장 변동성이 날로 확대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경제정책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채권, 외환, 외환보유액 등 주요 항목을 중심으로 “지나친 불안감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직접 진화에 나서고 있다.

◆3년전과 달리 채권시장은 안정세 '뚜렷'

3년전 금융위기와 지금 상황이 완연하게 다르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채권시장이다.

3년전에는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 전후로, 3년 만기 국고채금리(단기)는 급등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며 채권값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한국은행이 자금을 풀어 시중 유동성은 풍부했지만,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로 일부 증권사들은 콜자금 차입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은 주식시장에 비해 안정적이고 국고채 금리도 지난 9월 들어 환율 상승 등 외환시장 불안에도 금리 변동성이 크지 않다.

재정부 관계자는 “8월과 9월 모두 국채는 높은 응찰률을 기록, 계획된 발행물량 모두 시장에서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도 순매수를 지속했다.

재정과 외화건전성 등 3년전에 비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크게 강화 됐다. 무엇보다 투자자가 다변화된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의 투자 규모는 2007년 3.3%였던 반면 지난 8월 기준 28.7%로 증가했다. 또 변동성이 큰 유럽 채권 투자금액은 2007년 24조에서 지난달 13조로 크게 줄었다.

외국인 잔존만기 1년 이내 채권 보유비중도 2008년 55%에서 지난 8월 37%로 감소했고, 올해 3분기 기준 채권 재투자 비율도 76%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잔존만기가 1년 이내라는 뜻은 그만큼 빠져나갈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재투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다시 투자한 경우를 말한다.

3년전 만기도래 채권 재투자 비중은 고작 10%에 불과했다.

허인 대외경제연구원(KIEP) 거시경제 팀장은 “2008년 리먼사태 이후에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리면서도 (워낙 불안하니까) 담보를 요구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유동성 위기까지 번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외환 및 주식시장 변동성은 계속 커져

그러나 채권시장과는 달리 외환 및 주식시장 변동성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2000년부터 외국인 자본 변동성은 계속해서 커져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직접투자(FDI) 비중이 커지면서 자본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는 주장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주식이나 채권투자와는 달리 보통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개방정책보다는 FDI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들을 강구해 왔다.

허 팀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사례가 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외환자본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면서 "그전까지만 해도 연구원들은 FDI가 국내 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안정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2008년 말에 비해서는 절대적 수치면에서는 낮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변동폭을 키웠다는 점에서는 예의주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 팀장은 "최근 환율 변동폭은 최저에서 최고치를 비교해보면 150원 정도 올랐는데 2008년 말에는 980원에서 1600원까지 뛰었다"며 "유동성 위기라고 부르려면 외화차입이 끊겨야 하는데, 시중은행들 롤오버(차환)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토빈세'등 외환시장의 급변동을 막기위해 추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를 도입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그간의 규제방안은 거시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 변동성 완화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전했다.

한편 재정부는 금융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환율 절하폭은 우리가 중국을 제외한 BRICs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고, 주가지수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의 하락폭이 높고 신흥국은 우리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S&P가 지난 8월 5일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우리나라 주가 변동폭은 12.2%였던 반면 싱가포르는 13.8%, 대만 10.3%, 홍콩 19.9%, 독일 13.8%, 프랑스 10.7%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