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옥상텃밭! 꿩 먹고 알 먹고

2011-10-05 14:43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고관달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도시민은 꿈꾼다. 유행가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하는 자신의 미래를….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자연의 푸르름과는 거리가 한참 먼 회색빛 아스팔트 위에 위용을 자랑하는 콘크리트 고층건물 속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빠른 도시화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인구비율이 이미 90%를 넘어서고 주거형태도 아파트가 80%를 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급속한 도시화는 도시 곳곳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어 이제 도심에서 새나 꽃을 보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섬화, 홍수 등 과거에는 도심 속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들이 속속 도출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 도시 생태계 복원과 환경개선을 위한 한 방법으로 최근 ‘옥상정원’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옥상정원의 시작은 기원전 7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빌론 왕이 머나먼 메디아(지금의 이란)에서 시집온 아미티스 왕비를 위해 왕궁의 테라스에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만들어 선물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왕비가 녹음이 우거진 초록의 고향 경치를 그리워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 나머지 왕이 왕비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기원전부터 도심건물에 이러한 공중정원을 설치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기만 하다.

요즘에도 이미 독일, 미국, 일본 등 여러 선진국들은 옥상정원과 텃밭 등을 도시 속으로 끌어들여 보다 새로운 유형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그냥 방치하면 쓸모없을 공간을 유용한 녹지로 탈바꿈시켜 삭막한 도시공간을 생명이 숨쉬는 공간으로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은 건물에 내리쬐는 복사열을 흡수하여 도시 열섬화를 줄여주고, 또 빗물을 바로 흡수해 빗물 순환기능을 개선시켜 주기도 한다. 옥상녹화가 도시 생태복원과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옥상이라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삭막한 도시공간에 비교적 적은 돈으로 녹지공간을 확보하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는 있다.

또한 옥상정원은 자연지반 녹화에 필요한 토지 비용이 수반되지 않고 도시경관을 보기 좋게 하며 잠깐 들러 쉴 수 있는 여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그러나 방수, 하중, 안전시설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고 추가비용도 필요하며 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서민들은 그 필요성은 느끼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옥상에 화분이나 상자를 이용하여 텃밭을 만드는 것이다. 구청 등 공공건물 옥상에 만들어진 텃밭은 작물을 기르고 또 수확하기 위해 인근 시민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공간이 되면서 자연스레 사회성도 기를 수 있게 되고 신선한 채소 등 먹을거리도 제공받게 된다. 또한 도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집 옥상에 상자나 화분, 자루 등을 이용하여 텃밭을 만들어 고추, 상추 등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옥상텃밭은 먹을거리 제공뿐만 아니라 또 다른 매력적인 효과도 있다. 여름철의 옥상표면 온도는 48~50℃로 엄청나게 뜨겁지만 작물을 심으면 온도는 26~28℃로 떨어지고 이는 집안의 온도까지 2~3℃ 낮춰줘 냉방 에너지를 6~10% 줄일 수 있게 된다. 옥상텃밭의 경제적 가치는 채소 등 생산물은 16.5m2(5평)를 기준으로 연간 약 30~5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냉방비 절감효과와 작물 가꾸기를 통한 건강증진, 정서함양 효과는 물론 환경개선 효과까지를 포함한다면 경제적 가치를 훨씬 뛰어 넘는 엄청난 플러스 알파 효과가 뒤따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오는 토요일, 온 가족이 함께 옥상에 텃밭을 마련해 가을배추와 무 종자를 뿌려 보자. 그 기쁨을 누가 알랴.




(아주경제 강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