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물길 새로 튼다-③> '남한강' 자연이 살아 숨쉬는 문화공간으로 변신

2011-10-03 17:46
3개 보(洑) 주변 다양한 문화 공간<br/>기존 식생 보존, 최소한의 시설 설치

경기 여주군의 군조(郡鳥)인 백로를 형상화한 이포보.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았으며,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디자인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남한강은 북한강과 함께 한강의 본류다. 강원 태백시 대덕산 검룡소에서 시작된 남한강 물줄기는 팔당댐 상류 양평 양수리에서 북한강 물과 합류한 뒤 수도인 서울을 지나 종착지인 서해까지 흐른다. 남한강을 비롯한 한강의 총 길이는 514.8㎞. 한강이 지나는 유역 면적만 2만6018㎢로 서울 여의도 크기의 3068배에 이른다. 강 줄기가 지나가는 지역 만도 5개 시·도에 달한다.

한강 살리기 사업으로 남한강은 자연형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단순한 건설 산업이 아니었다. 홍수 방지와 수질 개선 등 기본적인 물 관리 기능 향상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편의와 복지, 관광 등 종합적인 개발이 이뤄졌다.

특히 한강을 따라 조성되는 '8수경(水鏡)'은 공연장·피크닉장 등의 가족중심형 체험 공간과 자전거·도보·나루배 등을 이용한 건강형 레저 공간, 생태습지·어도 조성에 따른 친수학습형 공간 등으로 꾸며져 지역의 대표하는 문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사업도 아니었다. 한강 살리기라는 이름처럼 자연은 최대한 보존하고, 개발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것이 잉어, 붕어 등 토종물고기와 멸종 위기 식물로 꼽히는 '단양 쑥부쟁이'다. 정부와 수자원공사, 시공사 등은 가물막이 안에 있던 물고기를 일일이 물 본류로 잡아 넣거나, 단양 쑥부쟁이 보호를 위해 대체서식지를 마련하면서 공사를 진행했다.

습지와 초지군락, 억새림 등 지역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기존 식생을 보존하고 최소한의 시설만을 설치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강천보' 전경. 여주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됐으며, '남한강물에 비춰지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주제로 설계돼 '물빛누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 자연의 멋 품은 명품보

남한강에 설치된 보(洑)는 이포보·여주보·강천보 3개다. 모두 경기 여주군에 위치한다.

대림산업 등이 건설을 맡은 이포보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디자인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주군의 군조(郡鳥)인 백로가 큰 날개를 펼친 모양이다. 수문을 올리고 내리는 7개의 권양기(捲揚機)도 백로의 알을 형상화 했다.

이포보 길이는 총 591m로서 가동보 295m와 고정보 296m로 구성된다. 특히 권양기를 통해 보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홍수 조절과 수질 관리에 유리하다. 또한 이포보 좌측에는 소(小)수력 발전소가 설치돼 연간 1만4532 Mwh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19억원에 달한다.

세종대왕의 발명품을 형상화한 여주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건설했다. 앙부일구 해시계의 형상을 반영한 인공섬(세종광장)이 조성됐으며 물을 조율하는 가동보는 자격루 물시계를 닮았고, 보 구조물에 훈민정음을 새겨 놓기도 했다.

또한 보 아래의 기둥은 자격루의 장식재이자 물을 관장하는 신물(神物)인 용을 형상화했다.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자전거와 노약자도 편리하게 보를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포보와 같이 소수력 발전소도 설치됐다.

여주보는 특히 물억새 군락지, 자연형 어도, 양생초 화원, 4계절 테라스가든 등 주변 자연과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보와 이어진 세종광장과 피크닉장, 다목적광장 등에선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건설한 강천보는 여주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됐다. '남한강물에 비춰지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주제로 설계돼 '물빛누리'라는 애칭도 얻었다.

강천보는 가동보 구간 350m, 고정보 구간 90m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가동보 구간은 수위 조절 및 수문 작동시 모래까지 내보낼 수 있고, 보 위에 황포돛대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세우는 등 경관성이 매우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평상 시 수위 조절에 의한 관리 수위 유지 및 하부 방류에 의한 저층수 배제로 수질 오염은 물론, 100년 만의 대홍수도 견딜 수 있는 통수 능력을 확보했다. 소수력 발전소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은 물론, 자연형 어도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강천보 주변에는 물고기 생태원, 수생야생화 단지, 야생화원, 금은빛 모래터, 황포돛배나루터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설치된다. 강변 체육공원과 자전거 동호인 및 가족들을 위한 캠핑장도 들어선다. '물빛누리'로 불리는 강천보의 야간 조명은 계절별,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색조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강 3개 보 주변에는 긴 자전거길도 설치돼 수도권 주민들의 레저 공간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일에는 탄금대→중주 조정지댐→남한강교→섬강교→강천보→여주보→당남지구→이포보→양평 양근리섬으로 이어지는 100㎞의 자전거길도 일반에 공개됐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한강 여주보 모습. 한강 '8수경(水鏡)' 중 하나로 주변 물억새군락지와 더불어 수도권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한강을 비추는 8개의 거울

한강 살리기 사업으로 준설과 보 설치뿐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인 '8수경(水鏡)'도 설치됐다. '물위에 떠 있는 8개의 거울'을 의미한다.

제1경은 경기 양평군의 두물머리다. 해넘이 풍경과 겨울 설경 등 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두물머리는 음악당, 수질관리체험관, 자전거도로, 인라인트랙과 초지군락, 고수부지 숲으로 꾸며진다.

제2경은 양평군 강상면 교평리의 억새림 지역이다. 강변 억새림과 자연학습원으로 한강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문화·체육행사를 위한 다양한 공간과 제방 및 고수부지숲이 조성된다.

제3경은 이포보와 주변 지역이다. 백로를 닮은 이포보와 자연형어도, 자연학습장, 생태습지공원, 미로원, 대규모 초지군락, 고수부지 숲 등 수도권 지역의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설치된다.

여주보와 물억새군락지는 제4경이다. 자연형어도, 물억새 군락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세종대왕 발명품을 형상화된 여주보 주변으로 갈대언덕과 야생초화원, 사계절테라스가든, 세종광장, 피크닉장, 잔디광장 등이 조성된다.

제5경은 강천보와 황포돛배다. 백로와 황포돛배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수변경관과 금은빛 모래터를 배경으로 황포돛배 나루터, 수생야생화단지, 자연형어도, 물고기생태원, 가족 피크닉장, 수변 체육공원, 고수부지 숲 등이 조성된다.

단양쑥부쟁이 자생지는 제6경으로 꼽힌다. 단양쑥부쟁이의 서식처인 강천섬에 대체 서식처와 초화원,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을 조성하고, 섬 주변으로 고수부지, 제방숲, 생태수로,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이 마련된다.

제7경은 충북 충주시 앙성면의 능암리섬이다. 사람의 발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능암리섬이 기존 수림대의 보존과 습지기능 강화를 통한 생태계 복원으로 나무다리와 최소한의 관찰 데크 중심의 친환경 생태체험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충주시 칠금동의 탄금대는 제8경이다. 탄금대, 중원고구려비, 충열사 등의 문화자원과 무술테마파크, 유엔평화공원 등의 국제적 관광자원 등이 어우러진다. 또 용섬의 수변경관 및 달라진 능암습지 등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