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대선주자 페리, 흑인 비하 논란

2011-10-03 12:55
가족 사냥 캠프에 '깜둥이(Niggerhead)' 표지석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페리 주지사의 고향에 있는 가족 사냥 캠프장 입구에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 '깜둥이(Niggerhead)'라는 글자가 쓰인 대형 표지석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캠프장은 지난 1980년대초 페리 주지사 부모가 임차해 가족들이 사용해 온 곳이다.

포스트는 페리 주지사가 지난 1984년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도 지인 및 지지자들과 종종 이곳을 방문했으며, 당시에도 이 명칭이 유지됐다는 것이다. 포스트는 지금도 일부 지역민은 이곳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 전해 충격을 주었다.

페리는 “부모가 이곳을 임차한 뒤 페인트로 표지석에 글자를 썼다”면서 “그러나 곧 이어 내가 방문했을 때 문제의 글자를 발견한 뒤 친구들과 함께 페인트로 글자를 덮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포스트가 페리의 해명과는 정 반대의 증언들을 보도한 것. 지역주민, 농장주, 정부 관계자 등은 “이후에도 이 글자를 볼 수 있었다”고 했으며, 심지어 한 농장 인부는 “지난 2008년까지도 표지석 글자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를 놓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페리 비난 분위기가 감지됐다. 흑인 공화당 대권 주자인 허먼 케인(갓파더스 피자 전 최고경영자)은 “페리는 미국의 많은 흑인들에게 모욕을 주었다”고 비난했다.

페리 주지사가 흑인을 비롯한 미국 내 소수계에게 반감을 살만한 언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페리는 지난달 공화당 후보토론회에서 불법 이민자 자녀에 대한 학비지원을 반대하는 후보들에 대해 '가슴(heart)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 사건 직후 페리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따라 잡았던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