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행보 通했다…김총리 취임 1주년
2011-10-03 18:42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우리 사회와 정부를 안정감있게 끌어가는 것이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업무다. 이슬비처럼 조용히 내리지만 대지에 스며들어 새싹을 키우고 열매를 맺는 역할을 하는 총리로 일하고 싶다.”
지난 1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황식 국무총리. 그가 취임 1년을 맞아 다진 새 각오다.
지난해 8월 정운찬 전 총리 사퇴, 9월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전격 발탁된 김 총리는 취임 초기 ‘무색무취한 총리’라는 지적이 적잖았다. 좀 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 그는 현 정부 내 가장 뚜렷한 색채를 가진 거물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소리 없는 그의 소신행보가 통한 것.
특히 뛰어난 업무 추진력을 발휘해 온 점에서 그렇다. 난맥의 정치 현안들을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다. 최근의 정전사태 후속대책을 비롯해 구제역 대응 및 종합대책, 동남권 신공항 이전 백지화, 세종시 이전 등이 모두 그의 총지휘 아래 진행돼온 사안이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이 대통령이 직접 총리실에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데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정전사태 재발방지책 마련 등 각종 사안의 해법을 총리실을 중심으로 모색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 총리는 “법적 절차를 벗어난 물리력에 의존한 의견 표출은 어느 경우에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정 및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 등 민감한 현안에도 평소 소신을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국정 철학을 내보였다.
복지 문제에 있어 “포퓰리즘에 휩싸여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국민의 복지 요구에도 대응해야 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희생당하면 곤란하다” 등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때 여권에서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 총리를 차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안정적인 국정수행 능력을 보인 김 총리가 행정경험이 중시되는 서울시장 자리에 제격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김 총리는 이를 ‘적절치 않다’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국민과의 소통에도 힘쓰는 그다. 매주 월요일마다 총리실 페이스북에 현장 방문 소감과 정책 관련 메시지에 대한 친필 메모 형식의 글을 올려 친근하고 감성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아직 남은 숙제는 많다. 김 총리는 올 초 도박중독·마약·자살 없는 사회, 폭력·왕따 없는 학교 만들기 등 ‘건강한 사회 만들기’ 10대 과제를 선정, 총리실을 중심으로 개선 과제를 내놨다.
정권 후반기를 맞아 추진해 온 각종 정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점검하고 흐트러지기 쉬운 공직 기강을 다잡는 문제 등도 여전히 김 총리 앞에 놓여있다. 공정사회·일자리·교육·복지·ODA 등 5대 과제도 김 총리가 풀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