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트롤] 외환건전성 낙관하지 말아야
2011-09-28 15:47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지난 2008년 이후 3년 만에 달러 품귀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는 유럽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가 전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은 낮아지고 국채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국가의 금융회사들은 국채를 보유하는 대신 현금을 거둬들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파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달러를 구해 수중에 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달러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럽계 자금이 대거 유출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환율 폭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국내 은행의 단기외채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30% 미만으로 떨어져 급격한 자금 유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의 외환건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리먼 사태와 유사한 위기가 도래해도 3개월 정도는 정부의 도움 없이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도 외화자금 확보에 주력한 결과 지난 6월과 비교하면 9월 현재 외화 여유자금이 4배 가량 증가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위기가 향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물가와 환율이 오르게 되고 소비와 투자, 생산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국내 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주고 외화를 차입하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만기 도래 시점에도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더 높은 금리를 주고 빌려온 달러를 갚아야 해 금융권 전체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위기 해소를 위한 국제적 공조를 바라기가 쉽지 않다는 게 우려스럽다.
2008년에는 각국이 느끼는 문제 의식이 비슷했고 경제적 여력도 있었지만 지금은 각국이 느끼는 충격의 정도가 상이하다.
중국 등 신흥국 입장에서는 선진국에서 발생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담을 지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자금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도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확보 노력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중소기업과 수출기업, 건설사 등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책자금을 포함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아무쪼록 회복 국면에 접어든 국민경제가 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