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행사무원들, 명도물품 몰아주고 거액챙겨 구속

2011-09-26 19:23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7개 법원에서 집행관실 소속 사무원 수십 명이 명도소송 사건 채무자들의 물건을 보관하는 사업을 특정 업체에게 알선하고 수년간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26일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명도집행 시 나오는 채무자들의 물건을 특정 물류업체가 독점적으로 보관하도록 해 주고 업체 대표로부터 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송모(53)씨 등 법원 집행사무원 3명을 구속하고 22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A물류 주식회사의 박모(49) 대표이사에게 물품 보관 사업을 몰아 주는 대가로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662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창고 1곳당 20~30만원씩 총 4억85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에 남은 채무자의 가재도구는 채권자가 보관업체 창고에 보관하다 통상 명도 집행 후 3개월 동안 채무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매각하게 돼 있다.
 
 이들은 채권자들이 물품 보관 절차에 대해 잘 모르는 점을 이용, 박씨 업체를 소개해 보관을 유도했으며 이에 각 법원 명도소송 사건의 70% 이상을 특정 업체가 담당하게 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 검거된 집행사무원 대다수가 해당 업체로부터 명절 선물세트와 `떡값’을 챙기는 것은 물론 법원 인근 유흥업소에서 향응을 제공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법원장 허가를 받아 대표집행관이 채용하는 임시직이지만 대다수 채권자들이 공무원으로 오인하고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제집행 등에 고용되는 용역 업체나 채무자 물건을 보관하는 물류업체는 집행관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다”며 “관리 및 감독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뒤인 올해 6월 대법원 행정예규 제정을 통해 법원별로 보관 업체를 등록한 뒤 순번에 따라 보관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해당 제도를 변경했다.
 
 경찰은 업체 대표 박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하고 전국 각 법원에 이같은 비리 관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범위를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