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선진 농업, 그 현장을 가다(3)
2011-09-20 17:42
덴마크 축산업의 메카,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266㎞, 버스로 4시간 정도를 가면 하얀색의 커다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연구소나 연수원처럼 보이지만, 최신식 도축장이다. 도축장 넓이는 8만4000㎡, 그 밖의 부지도 4만5000㎡나 된다. 이 건물은 바로 덴마크 축산업의 메카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의 축산 가공공장이다.
이 축산 가공공장에선 1주일에 10만 마리, 하루에 2만2000마리 정도의 돼지가 도축된다. 거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육류 수출업체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의 도축물량(2007/08)은 돼지 149만5000t, 소 6만4000t이다.
덴마크 호센스에 있는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 축산 가공공장 전경. |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의 전체 총 매출액은 2009/2010년 기준 60억 유로(약 9조4034억원)이다.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은 7개의 도축장 및 육가공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축산 가공공장의 칼 크리스찬 뮬러 전략담당이사는 “덴마크는 인건비가 굉장히 비싸다”며 “(작업 과정을)자동화해서 인건비가 싼 브라질, 미국과 가격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축산 가공공장에선 1600명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은 자동화 공정을 통해 대량으로 축산물을 도축하면서도 철저하게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돼지 부위는 기계로 가공하지만 머리 부분은 수작업을 한다. 우릭 크리스티 센 공장장은 “머리 부분은 중국으로 수출하는데 중국 측에서 수작업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검역과 위생관리, 이력추적제 실시다. 돼지를 도축할 때부터 질병 등에 감염돼 있지 않은지를 철저하게 검사한다.
도축은 지하 9m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기절시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약 4분 정도.
그 다음 3ℓ의 피를 뽑아 전염병 감염 여부 등을 검사한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판정돼야 다음 작업이 진행된다.
도축한 돼지를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수의사들이 내장에 세균이 있었는지를 검사해 문제가 있는 부위는 제거한다.
도축된 돼지는 칩이 부착된다. 이 칩에는 그 돼지의 지방, 고기, 무게, 길이, 사육한 축산농가 등 도축한 돼지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들어있다.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은 도축하는 순간에도 동물복지를 실천한다.
이 축산 가공공장은 도축될 돼지가 마지막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도축될 돼지들이 수송되는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이 공간에서 2시간 정도 편안하고 자유롭게 쉬게 하는 것이다.
데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해 협동조합과 조합원의 이익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1인1표제, 가입탈퇴의 자유, 이용고 배당(출하한 만큼 배당)을 원칙으로 한다. 조합원은 조합을 통해 판로의 안정적 확보, 농가 수취가격의 제고 및 이익 공유, 조합의 공동소유를 조합원의 권리로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조합원은 생산량의 80% 이상을 전량 협동조합에 출하해야 하고, 협동조합에 가격 결정권을 위임하는 동시에 출자 의무와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유한 책임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