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저축은행 사외이사는 '허수아비'

2011-09-20 15:41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최근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이 부실화 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정 개정안 등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등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당국 및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 7곳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대영, 제일, 토마토, 프라임 등 4곳의 분기보고서 조사결과 사외이사들은 최근 3분기(2010년 7월~2011년 3월) 동안 59차례의 이사회에 참석해 모든 안건에 찬성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리 안건에는 임원의 연봉 인상 건부터 우선주 배당 지급, 재무제표 승인, 유상증자 등 회사의 경영 관련 주요 정책이 포함돼 있다. 저축은행의 부실 사태를 가져온 PF 대출 규정을 개정하는 안건과 '여신거래 기본 약관 개정 및 시행에 관한 건', 연체이자 감면의 건 등도 들어 있다.
 
나머지 에이스, 제일2, 파랑새 등 3곳의 저축은행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지만 사외이사들은 비슷한 행태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외이사들이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감사위원회 활동도 유명무실했다. 상법은 3명 이상의 이사로 감사위를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 4곳에서 31차례의 감사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동안 감사위원을 겸직한 사외이사들은 상정 안건에 대해 이의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사외이사의 '거수기' 역할은 최근 3분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토마토저축은행의 최근 수년간 이사회 활동을 봐도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을 찾아볼 수 없다.
 
사외이사들이 대주주와 경영진 견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탓에 결국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사외이사 선출 구조부터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로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되는데 사실상 대주주가 임명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전문성을 지닌 인사보다 각계 실력자들을 포진시켜 '바람막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제일저축은행 사외이사는 김창섭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감사원 출신의 이국희씨, 이종남 전 감사원장 등이다. 이 전 감사원장은 올해 5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중도 퇴임했다.
 
사외이사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음에도 10회 가량의 회의에 참석하고 수천만원의 '거마비'를 받았다. 사외이사 1인당 보수는 대영 1500만원, 제일 2900만원, 토마토 851만원, 프라임 1800만원이다.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토마토저축은행 사외이사는 57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