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아파트 미분양 부추긴다

2011-09-19 14:49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25평 같은 소형평형은 발코니 확장 안하면 정말 좁아보이죠. 안방에 침대 놓기도 어렵기 때문에 발코니를 확장 안하면 아무래도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A부동산 관계자)

"아파트 계약하러 왔다가 발코니 확장 안된 도면 보고 취소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흑석뉴타운 조합원 관계자)

성냥갑처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퇴출시키고,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도입했던 서울시의 아파트 입면다양화 정책이 도리어 미분양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입면 다양화를 위해 일부 평형에서 발코니를 확장하지 못하게 되자, 발코니를 확장하지 못한 가구는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조합과 건설사를 옥죌 기세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입면다양화 정책을 반영한 공동주택 심의기준을 발표하고, 가구별 발코니 길이를 외벽 길이의 70% 이내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시는 발코니 면적을 30% 가량 줄여 건축심의를 해왔으며, 같은 주택형인데도 층과 향에 따라 발코니 면적이 줄어들거나 늘어나게 됐다.

현재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동부센트레빌 2차 아파트도 이 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아파트 중의 하나다.

18일 흑석6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을 못하는 세대수가 절반 이상"이라며 "발코니 확장 불가로 실면적이 줄어들어 조합원들의 민원과 불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흑석6구역 조합원들은 현재 구청에 민원을 넣은 상태. 동작구청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민원 중 일부가 반영이 돼 서울시 심의에 올라갔다”며 현재 심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발코니 제한 비율을 20%에서 15% 정도로 완화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합원들은 “서울시에서 조건부 동의를 한 상태”라며 “결과가 한달 정도 후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건설측도 난감한 기색이지만 서울시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이 10~20%정도로 남아 있는데 주로 저층이나 향이 안좋은 곳 위주”라며 “꼭 서울시 입면 다양화 정책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로 인한 민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입면다양화정책으로 발코니 확장을 못하게 되는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동구 고덕 시영아파트의 경우에도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인근의 A 부동산 관계자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고덕 주공1단지는 모두 발코니가 확장됐으나 이제 고덕 시영부터는 입면다양화 정책에 따라 일부 평형에서 발코니가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6월 이후 건축심의를 받은 아파트는 모두 이 기준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아파트 미분양이 꼭 발코니 확장 때문만으로 보기는 어렵고, 분양가 문제도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새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발코니가 확장안된 아파트를 굳이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향을 미치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2008년 6월 이후 심의를 받은 새 아파트들이 늘어남에 따라 발코니로 인한 미분양 우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관계자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발코니 확장은 무시 못할 조건"이라며 "발코니 확장이 안된 물량은 확실히 미분양으로 전락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도 "오세훈 전 시장이 너무 디자인만 내세우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서서히 다시 문제를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