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위안부 문제 양자협의 불발되나
한ㆍ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일본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양자 협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공식답변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청구권 문제가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야마구치 쓰요시(山口壯) 외무성 부대신(차관)의 발언으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위안부 문제가 현안으로 다시 부상한 뒤 처음 나온 일본 고위관료의 이 발언은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문제도 완전히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문제는 일본이 이런 입장을 견지하면서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협의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반(反)인륜적 범죄행위인 위안부 문제 등은 1965년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논의되지 않았던 사안이어서 여전히 개인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테이블 자체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이 공식적으로 거부하면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 수용을 재차 촉구하고 안 되면 대응 수위를 더 높여 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중재위 역시 일본이 호응하지 않으면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기갑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노예(위안부) 피해자는 한국을 포함해 15∼20개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만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일본이 응하지 않으면 계속 숙제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일본이 처음부터 쉽게 협의를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 "일본의 공식 답변이 오면 그것을 토대로 대응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일본이 바로 제안을 공식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일본에서 새 내각이 출범한 뒤 처음으로 21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이때까지는 명확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새 내각이 독도 문제로 냉각된 양국관계 회복 등을 위해 협의 테이블 자체에는 나오는 `외교적 성의'를 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