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유럽 재정위기 해법은 있다
2011-09-15 10:39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여름 내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던 유럽 재정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도달했다. 국가 재정건전성 문제가 민간은행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럽 각국의 정치, 재정·은행권 이해관계 상충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동안 유럽 재정위기는 소위 피그스(PIIGS)라고 통칭되던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개별 재정건전성 문제로 인식됐다. 따라서 개별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이 확충되면 금융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최근 통과된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긴축·재정확충안에도 불구하고 양국 디폴트 리스크를 측정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더욱이 7월 중순에 합의된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은 일부 유로존 구성국가들의 반대로 결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개별국가 단위 해결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로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관은 ECB다. ECB는 금융위기 동안에도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은행들의 긴급유동성을 공급하고 일부 채권매입을 단행하는 수준에서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그리스 재정위기가 고조됐던 2010년 5월부터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신설해서 지난 9일까지 1430억 유로를 매입했다.
특히 8월초에 ECB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금리를 1.0%포인트 이상 하락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 8일 ECB 운영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시키는 동시에 2011년·2012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한 점은 추가적인 통화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더욱이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자산확대가 제한됐다는 것과 이미 기준금리를 2차례 인상해서 인하폭이 존재하다는 것도 ECB의 정책적 행보에 여유를 제공한다.
중기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유로본드 결성이다. 유로본드는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유로존 구성조약을 개정하고 각국 의회·국민들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존재한다. 더욱이 유로존 각국의 부채규모에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고, 재정이 취약한 유럽 변방국가의 채무를 재정이 건전한 북유럽 국가들이 부담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로본드는 단순히 채무부담을 각국에 분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채권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지난 리먼사태에서 금융위기가 확산된 것은 실질적으로 은행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유동성 경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로본드를 발행할 경우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대국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같은 소국들도 통일된 채권으로 거래되면서 투자자들에게 확대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 유동성 증가에 따라 유동성프리미엄이 감소하는 혜택을 고려하면 유로본드 발행 자체는 각국의 부채문제 해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유럽 재정위기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해결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범유로권의 공동해결책이 간구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유럽은 2009년말 그리스 재정위기가 발발한 이후 점진적인 통합체제가 강화됐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럽안정메카니즘(ESM)과 같은 구제기구의 창설로 상호 간의 재정지원을 허용했으며, ECB는 국채매입을 통해 미 연준과 같은 시장안정기구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했다. 해결이 지연될수록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로존의 통합체제 강화를 통한 재정위기 해결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