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개편, 무상급식에 이은 또 하나의 복지 논쟁

2011-09-13 15:11
日, 1973년 연금지급액 인상…타산지석 삼아야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개편 방안이 새로운 복지 논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노인 376만명이 월평균 9만1200원씩 받고 있다. 하지만 액수가 너무 적어 ‘용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금액의 5%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6%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는 1인당 수급액을 늘리려면 기초노령연급 수급자를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재정부는 수급액을 1%포인트 인상하는데 재원이 7000억원 정도 소요된다며, 복지재정 지출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문규 사회예산심의관은 지난 9일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노령연금은 자기가 내는 것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민생예산 놓고 고심하는 기획재정부

재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를 줄이되 1인당 수급액을 늘려 수급자의 체감효과와 정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선정 기준이 되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수준을 완화해 비수급 빈곤층 6만1000명을 기초수급자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액 기준을 본인과 부양의무자 합산 소득기준을 현행 130%(월 256만원)에서 중위소득(185%, 월 364만원)까지 완화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부양의무자가 소득이 높으면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됐지만, 실질적으로 가족의 연을 끊고 사는 독거노인들의 경우 그나마 수급액마저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는 것.

또 장애인·노인·한부모가정 등 근로 무능력가구는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부양의무자 소득이 중위소득 이하면 기초수급자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예산상 추가 소요될 재원은 약 22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재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주 15시간 이상 근무, 최저임금 120% 이하인 근로자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지원하기로 당과 합의하면서 재정건전성 논란은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재정부는 지난 9일 노·사·정이 1:1:1로 공동분담하자는 취지에 따라 근로자·사업주 부담분을 각각 1/3씩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른 감세 철회로 내년에 약 1조원의 세수가 추가될 전망이지만, 정치권의 민생예산 요구로 재정지출은 예산범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70년대 일본 ‘타산지석’ 삼아야

이처럼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민생예산 요구가 강해지면서, 재정 전문가들은 복지 포퓰리즘으로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증가한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70년대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대비 10%대에서 45%수준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무엇보다 ‘복지원년’으로 불리는 1973년 연금지급액을 인상하는 등 복지제도를 개편하면서 복지비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또 1970년 초 오일쇼크로 경제성장 둔화기를 맞으면서 공공사업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했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됐다.

현재의 한국경제도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복지재정 부담을 피해갈 수 없고, 미국 및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기침체로 경제성장 둔화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당시의 상황과 닮아있다.

1973년 일본은 후생연금의 급여수준을 근로자 임금의 40%에서 60% 수준까지 인상하고 국민연급도 약 2.5배 인상했다.

당시 연급지급 수준은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것으로 7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의료비를 무료로 지급하는 등 그야말로 ‘복지원년’으로 불렸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복지비용이 국가채무 증가를 불러온 가장 대표적인 국가"라며 "세계경기가 둔화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생예산을 무조건적으로 늘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복지제도는 한번 만들면 지출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수급자 체감도와 정책 효율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