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엔캐리 거래 청산 가능성 높아 유의해야"

2011-09-12 16:36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엔캐리 거래가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투자자의 위험선호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금융연구원의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엔캐리 거래는 엔화약세 또는 투자자의 위험선호도 강화 시 확대되는 반면 엔화강세 또는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 약화 시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엔화를 차입해 외국 통화를 매수하거나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 거래에서 조달통화(funding currency)와 투자통화(investment currency) 간 환율변화는 캐리 거래의 기대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며 “엔화환율 변화에 따라 엔캐리 거래의 수행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캐리 거래에서 조달 통화는 엔화, 투자통화는 투자대상이 되는 외국통화다.

보통 외국통화 대비 엔화 가치의 하락이 예상되면 엔캐리거래의 엔화표시 기대수익률이 높아져 엔캐리거래를 수행하려는 유인이 증가한다.

반면 엔화가치의 상승이 예상되면 엔캐리거래의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

이같은 엔캐리 거래 시 캐리 거래자의 위험선호도가 높아지면 캐리거래가 확대된다.

박 연구위원은 “이같은 엔캐리 거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및 더블딥 우려,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투자자의 위험선호도가 약화되고 있어 엔캐리 거래가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최근 엔달러 환율은 70엔대에 진입해 연초대비 6.2% 하락했으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지수(변동성지수)는 연초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박 연구위원은 엔캐리 거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FX마진거래(외환증거금거래), 일본 소재 외국계은행의 지점과 본점간의 본지점 대출을 꼽았다.

FX마진 거래는 실물통화의 인수도 없이 일정 금액의 증거금을 예치한 후 통화를 매매하는 거래를 말한다.

소액의 증거금만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큰 폭의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일본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실행된다.

즉 FX 마진거래를 통한 엔캐리 거래가 성행하거나 감소하면, 외국통화 매수 포지션과 엔화 매도포지션 간 차이가 확대되거나 축소된다.

외국계은행 본점과 일본 소재 지점과의 본지점 계좌(interoffice account)를 통한 거래 또한 엔캐리 거래의 주요 수단 중 하나다.

외국계은행 일본 지점은 일본 은행간 시장에서 저금리로 엔화를 조달, 본지점 계좌를 통해 해외 본점에 대출하고 해외 본점은 이 자금을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