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전망은(종합)
2011-09-08 15:34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9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대외불안 요인이 국내변수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3개월 동안의 3.25% 기준금리 동결은 대외변수의 불안요인이 가중되는 만큼 고물가에 대응하기보다 금리를 동결하면서 미 경기부양책 발표 등 대외변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8월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유로존 국가채무와 금융시장 불안이 상존하고 있으며 그 파장에 따른 국내경제 불안도 여전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성장에 대한 하방위험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미국의 고용상황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의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유로존과 미국의 경기둔화는 결국 수출경제에 의존하는 한국에 영향을 미치면서 실제로 8월 수출이 급감, 무역흑자를 8억 달러로 줄여놨다.
때문에 기획재정부에서 경제성장률 조정이 언급되는 등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불안’리스크가 커진 점이 한은의 선택을 제한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동결 후 한은의 부담이 경감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5.3%나 급등하면서 연초부터 8개월째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연간 물가전망치인 4% 선을 넘어섰고 근원물가마저도 8월에는 4.0%로 2009년 4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통화당국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더불어 가계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의 저금리기조가 가계부채 악화요인으로 지목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통화정책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한은에 대한 시장의 금리정상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은의 입장에서는 올초부터 금리 정상화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특히 치솟는 물가에 대한 통화정책으로 내밀 카드가 ‘금리인상’외에 마땅히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때문에 김중수 총재는 수차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도 대외불안이 진정되면 기준금리 정상화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9월 중반 연준의 부양책 발표 등이 구체화되면 10월 이후부터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내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기준금리 추이와 관련 “아직까지 대외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미 경기부양책이 나온 10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은이 하반기 중 1회 정도 금리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한은의 ‘실기(失期)’론과 ‘역할’론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실기논란은 금리 정상화를 조기에 실시했어야 할 한은이 마땅한 기회를 놓치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지난 몇달간 가계부채와 물가상승 등의 대내불안과 해외변수가 겹치면서 효율적인 통화대응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재현되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한은의 역할론도 드세다. 실제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안정이나 가계부채에 대한 한은의 역할이 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제어하려면 총유동성 관리가 적절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암시해왔다.
하지만 이번 동결 결정으로 한은이 서민경제의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이 향후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