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병센터에서 한 환자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우리나라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아시아 1위, 세계 4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해 오는 2030년에는 현재의 두 배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표적인 서구형 암으로 불리는 대장암이 국내 남성에서 크게 증가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 다양한 생활 습관들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1일 대한대장항문학회는 9월 ‘대장암의 달’을 맞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세계 18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대장암 발병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대장암 발병률 북미·유럽 보다 높아
조사 결과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명당 46.92명으로 슬로바키아(60.62명), 헝가리(56.39명), 체코(54.39명)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대표적인 대장암 위험국가로 알려진 미국(34.12명, 28위), 캐나다(45.40명, 9위) 등 북미 지역 국가는 물론 영국(37.28명, 26위), 독일(45.20명, 10위)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 보다도 높은 수치다.

여성의 경우 10만명당 25.64명으로 184개국 중 19번째를 차지하며 영국(25,28명, 20위), 미국(25.03명, 21위), 일본(22.78명, 30위) 등 주요 비교 대상 국가들 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위암, 폐암, 간암 등 주요 장기의 암 발병률은 남녀 구분 없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나 대장암 발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2008년 기준)에 의하면 1999년 10만명당 27.0명이었던 남성 대장암 발병률은 2008년 47.0명으로 연평균 6.9%씩 높아졌다.

이에 반해 위암은 연평균 0.6% 하락하고 있다. 폐암과 간암은 매년 각각 7%, 2.0%씩 낮아지고 있다.

◆ 50세부터 대장내시경 받아야
대장암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국제암연구기구는 2030년 한국의 대장암 발병건수가 현재보다 2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장암은 후기에 발견되는 비율이 다른 암에 비해 높다. 학회가 몸에 이상을 느끼고 외래를 방문해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3~4기 후기 대장암으로 진단받는 비율이 무려 51.6%에 달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장암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5년 간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54.8%에서 70.1%까지 크게 증가했다. 이는 미국 65%, 캐나다 61%, 일본 65% 등 주요 의료 선진국 보다 높은 수치다.

전문의들은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고한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는 “대장암이 발견되는 평균 나이가 56.8세이므로 50세부터는 적어도 5년에 한번은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특히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용종, 염증성 장질환, 유전성 암 등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젊은 나이부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섬유소·칼슘, 대장암 예방에 도움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중요한 것이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식습관만 건강하게 개선해도 대장암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대장암을 진단 받은 환자도 마찬가지다.

고칼로리 음식과 트랜스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피해야 한다. 붉은 색 고기 보다는 신선한 저지방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대장암 발병률이 낮아진다.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섭취하면 대장암 뿐 아니라 전립선암, 골다공증 등도 함께 예방할 수 있다.